‘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SEF)’ 내장형 시스템 분야 본선 2등상 수상 김재윤 박진 하승호 학생 인터뷰
이태원 참사 바라본 청소년 개발자, 사람 살리는 ‘실시간 심폐소생술 시청각 피드백 시스템’ 개발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SEF)’는 전 세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 관련 대회 중 가장 큰 규모의 국제대회다. 이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김재윤(일산대진고) 박진(용인외대부고) 하승호(선린인터넷고) 학생이 내장형 시스템 분야에서 본선 2등상을 수상했다. 학생들이 선보인 프로젝트는 ‘실시간 심폐소생술 시청각 피드백 시스템’으로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기다. 고양시에서 운영한 방과후 코딩 수업에서 만난 세 사람은 해당 프로젝트로 ‘한국코드페어 SW공모전’에 참가해 대상을 받았고, 그 결과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게 됐다. 고양시 인재에서, 더 나아가 한국의 SW(소프트웨어) 인재로 성장 중인 세 학생의 수상 소감을 정리해 보았다.
부러우면 지는 것? 부러움은 성장의 원동력
김재윤 : 초등학생 때 SW 영재학급을 수료할 정도로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어요. 중학교 때 겪은 코로나19가 제겐 좋은 기회가 됐죠. 학교에 가지 않는 시간에 혼자서 파이선을 공부했는데 이 과정이 너무 재밌어서 고등학교도 SW/AI반이 있는 일반계 고등학교로 진학했습니다. 고교 진학 후 학교에서 하는 SW 대회나 외부 대회에 참가했는데, 동년배의 우수한 참가자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며 더욱 노력하게 됐습니다.
박진 : 중학교 때 파이선을 공부하다가 나중에 C++언어를 공부했습니다. 코세라에서 인공지능 관련 수업을 들은 후, 나중에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서 혼자 더 깊이 있게 공부했습니다.
하승호 : 솔직히 주어진 문제를 풀고 답을 맞히는 과정을 저는 어렸을 때부터 싫어했습니다. 오히려 엉뚱한 생각, 쓸데없는 상상을 좋아했죠. 중학교 때부터 웹, 앱, 하드웨어 등 이것저것 개발해 보면서 각종 공모전에 참가했습니다. 자연스럽게 IT 특성화고 소프트웨어과로 진학하게 됐는데 개발을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고, 지금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모든 순간, 작품을 개선할 방법에 몰두
김재윤 : 심사 당일 진이가 진짜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잘 마무리했고 심사위원님들의 반응도 좋았지만, 우리의 프로젝트가 인상 깊은 영향을 줬는지는 자신이 없었어요. 대회장에서 다른 외국 친구들의 프로젝트를 직접 보니 정말 신기하고 기발한 프로젝트가 많아서 놀랐습니다. 아직도 수상자 발표 순간을 생각하면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아요. 수상을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저희 셋 이름이 호명됐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엄청 환호하면서 뛰어갔어요.
박진 : 수상 발표 전날까지만 해도, 저희 팀은 수상에 대한 기대를 아예 안 했습니다. 심사위원님들의 분위기가 좋긴 했지만 특별히 더 좋은 반응을 보이신 분이 없었고, 원어민이 아니다 보니 영어 발표가 부족한 면도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옆 부스에 있던 캐나다 친구들의 발표를 들었는데, 오기 전부터 이 친구들에게 관심을 보이신 심사위원님도 있다고 들었어요. 게다가 그 친구들은 영어도 뛰어났고, 발표도 간결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수상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캐나다 팀이 1등, 저희 팀이 2등을 했습니다. 기대도 안 했던 수상이라서 더욱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하승호 : 수상도 기뻤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 또 평소 겪어보지 못했던 대회장에서의 경험 등 다양한 것을 보고 배운 좋은 기회였습니다. 대회 준비를 위해 오랜 시간 열정적으로 개발에 몰입해 본 경험 또한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작품 기획 단계부터 모든 순간, 작품을 개선할 방법을 고심했습니다. 밥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자다가 깼을 때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몰두해서 작품에 바로 적용해 보려고 했습니다. 그 과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이번 수상은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알아가면서 배운 것이 많기에, 다음에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된다면 또다시 저를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개발자의 꿈, 여전히 진행 중!
김재윤: 저희 장비 시스템은 현재 특허가 진행 중인데,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가장 큰 이유는 이태원 참사 때문이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때 많은 사람들이 심정지가 왔지만 CPR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전문가 수준의 CPR’을 개발하자는 목표로 저희 시스템을 만들게 됐습니다.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결과가 똑같지 않도록, 더 많은 사람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서 개발을 했습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성과를 내고 싶습니다. 더 많이 배우고 실력을 키워 세계가 놀랄만한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앱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박진: 계속해서 임베디드 시스템(embedded system, 내장형 시스템) 관련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실현해 보고 싶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개발하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개발이 사회문제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경험한 만큼, 세상을 바꾸는 데 이바지 하는 개발을 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하승호: 앞으로도 심폐소생술에 관심을 두고 발전시킬 방안이 있다면 끊임없이 프로젝트를 업그레이드할 의향이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다른 대회에 꾸준히 출전하고 있는데요, 계속해서 우리 사회 속에서 문제를 찾고 문제 해결을 위한 장치들을 개발해 나아가겠습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