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초고층 아파트만 짓는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이 글로벌 허브도시가 되기 위해 분주하다. 글로벌 허브도시는 박형준 시장이 2021년 취임한 이래 일관되게 얘기해온 부산의 미래비전이다.
두바이 싱가포르 홍콩 등이 모델이다. 이 도시들의 공통적 특징은 세계적인 금융도시이고, 바다를 끼고 있으면서 초고층 건물로 상징되는 마천루가 즐비하다는 점이다. 부산도 바다에 접해 있고, 금융중심지이니 이들 모델에 근접해 보인다.
부산을 찾은 사람들은 엄청난 높이의 건축물들에 깜짝 놀란다. 해운대와 광안리 등 바닷가에 즐비한 초고층 건축물들은 부산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된 지 오래다. 전국에서도 초고층 건축물이 가장 많은 도시가 부산이다.
그런데 특징적인 것은 부산에서 지어지는 초고층 건축물의 거의 모두가 주거용이라는 점이다. 초고층 건축물 42개 동 중 순수 상업용으로만 사용되는 건물은 63층의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한동 뿐이다. 나머지는 아파트거나 레지던스, 생활형 숙박시설, 오피스텔이라는 이름으로 주거용을 병행해 사용되는 건축물이다.
국내 최초 첨단복합산업도시로 알려진 해운대 센텀시티는 일반산업단지인데도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들의 성지다. 매립지라고 다르지 않다. 해운대 마린시티에는 오션뷰 영구조망을 노린 최고 높이 80층의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고, 용호만 앞바다와 송도에도 69층 초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이런 개발의 이면에는 행정의 적극적 도움이 존재한다. 국내 2위 높이인 101층 엘시티 특혜 논란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단군 이래 최대 항만재개발 사업이라는 옛 부산항 북항지역은 초고층 생활형숙박시설들 허가로 인해 수사기관 표적이다.
그럼에도 초고층 건축물 열풍은 멈추지 않는다. 바다를 영구조망할 수 있는 목 좋은 곳이라면 더 그렇다. 용도변경에 따른 땅값 상승분만 내면 부산시가 발벗고 나서주기 때문이다.
공장이 부족하다면서도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공장자리마다 초고층 아파트를 허가하는 도시가 부산이다. 자연녹지가 대부분인 대학교 부지도 아파트 부지로 바꿔준다. 문 닫는 대형쇼핑몰 자리들에도 어김없이 초고층 아파트를 짓도록 지구단위계획까지 뒤집고 있다.
부산시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글로벌 허브도시의 형상이 초고층 건축물이라면 더 이상 추진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미 초고층 아파트로는 글로벌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바이 싱가포르 홍콩의 초고층 건축물들이 주거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부산은 모르나. 부산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도시이자 초저출산 도시다. 일자리는 최저 수준에 청년이 떠나는 도시다. ‘노인과 바다’라는 단어는 부산시가 자초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곽재우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