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시행하면 증시폭락, 근로자에 불리? 근거 부족하다”
성태윤 정책실장 “연말정산 인적공제 배제, 대만도 증시폭락”
나라살림연구소 “대만 증시폭락은 금융실명제 실시 후폭풍”
“연말공산 인적공제 배제 여부 불확실, 얼마든지 보완 가능”
금융투자소득세를 시행하면 근로자 연말정산과 증권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김용원 책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과세원칙에 부합하는 금투세는 국회를 통과한 세금으로 이미 여러 차례 유예된 만큼 더 이상 시행이 지체될 이유가 없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앞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금투세가 시행되면 (연말정산시) 부양가족 인적공제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고, 추가적인 세금부담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해외에서 도입하다가 자본시장에 충격을 준 경우가 있다”며 “대만이 1988년에 (이듬해인) 1989년부터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주가가 36% 빠졌다”고 말했다.
◆연말정산에 불리? = 하지만 성 실장의 언급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성 실장은 금융투자소득이 100만원 이상 발생한 부양가족이 존재한다면 연말정산시 해당 근로자는 부양가족 몫인 150만원의 기본공제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법령상 연간 소득이 100만원을 넘는 부양가족은 기본공제에서 제외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김 연구원의 분석은 다르다.실제 국세청 과세규정에서 ‘연간 소득 100만원’은 총 수입금액에서 기본경비와 각종 공제를 제외한 금액을 말한다. 그러나 내년부터 시행될 금투세는 다른 소득과 달리 기본경비 같은 경비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 기본공제 금액 5000만원이 적용된다. 연간 금융투자소득 5000만원까지는 과세하지 않고 이를 초과하는 소득부터 세금을 매긴다는 뜻이다.
따라서 기본공제 5000만원을 소득 금액 산정에 반영해 연간 소득 100만원을 설정한다면, 부양가족이 5100만원 이상 금융투자소득으로 벌어야 기본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소득의 원천이 유사한 금융소득(이자소득·배당소득)의 경우 2000만원 이하까지 분리과세 대상이다. 따라서 2000만원 이하 금융소득이 있는 부양가족도 기본공제에 해당한다. 김 연구원은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단순히 상장주식 양도차익 100만원이 발생했다고 부양가족 기본공제를 받을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금투세 폐지론을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성 실장이 사실을 부풀렸다는 지적인 셈이다.
◆80년대 대만 증시폭락도 다른 상황 = 나라살림연구소는 대만의 증시 급락 사례에 대해서도 “그 배경으로 대만이 금융실명제가 실시되지 않았던 점이 꼽힌다”고 지적했다.
대만은 1988년 9월24일 “1989년부터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전면 과세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대만 증시(가권지수)가 급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나 해당 현상의 배경에는 대만이 당시 금융실명제가 실시되지 않았던 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상장주식 양도차익 전면 과세의 갑작스런 도입에 따라 차명계좌가 노출되는 것을 꺼린 상당수 투자자가 급격하게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했다는 것이다.
실제 해당 기간 대만 증시 추이를 살펴보면 정부 발표 직후에는 증시가 급락하지만 발효된 시점에서는 상승했다. 논란 끝에 과세 방침이 철회된 시점부터 다시 증시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연구원은 “세금이 투자 결정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관건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투자행위를 결정하므로 경제와 시장, 산업에 대한 향후 전망이 핵심변수란 것이다. 그는 “양도차익에 대한 전면적인 과세가 반드시 주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합의정치와 법치주의와도 부합 = 금투세를 당초 여야합의대로 시행하는 것이 법치주의와도 어울린다는 지적이다. 금투세는 이미 국회를 통과한 세금으로 여러 차례 유예된 만큼 더 이상 시행이 지체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금투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따라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비과세 되고 있던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정상화한 세금이며 여야 합의에 따라 국회를 통과한 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시행되지 않은 세제인만큼 시행 과정에서 파생되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 문제를 해결하고 보완하려는 것이 정책 당국의 책임있는 자세”라고 주문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