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물가 안정?…기름값 이어 가스·수도 공공요금 ‘들썩’
내달부터 휘발유값부터 리터당 41원 인상
총선 앞두고 억눌러 둔 전기·가스·수도요금
5월 상승률 2.7%, 2년5개월 만에 최소수준
6월 이후 현실화 불가피 … 가스요금 등 거론
지난달 전기·가스·수도료 물가상승률이 2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한 영향이다. 문제는 하반기다. 당장 내달부터 유가 인하율 하향조정으로 휘발유값이 리터당 41원 가량 오른다. 여기에 가스와 전기, 수도, 교통 등 공공요금까지 들썩인다.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내걸었던 물가당국이 하반기에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효과 = 1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2.7% 올랐다. 2021년 12월 1.4% 오른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기료가 1.6% 올라 가장 낮은 수준이다. 도시가스 물가상승률은 3.0%로 나타났다. 상수도료와 지역 난방비는 각각 3.2%, 12.1% 상승했다.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22~2023년 전기·가스요금의 단계적 인상으로 인해 전기·가스·수도 물가상승률은 2022년 7월(15.5%)부터 10%를 넘기 시작했다. 2022년 10월~작년 8월에는 20%대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요금이 인상되지 않자 작년 상승률이 높았던 데 대한 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것이다. 전기요금은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1,000) 가운데 가중치가 16.1로 전기·가스·수도 품목 중에 가장 크다. 도시가스는 11.5, 지역난방비와 상수도료는 각각 1.6, 4.5다.
통계청 관계자는 “도시가스의 경우 지역별로 회사 소매·공급 비용 등에 있어 요금 인상에 편차가 있다”며 “상수도료도 지역별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휘발유값 인상 이어 악재만 남아 = 문제는 하반기 물가다. 이미 6월부터 휘발유값 인상이 예고돼 있다. 정부가 6월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를 8월 말까지 2개월 연장하되 인하 폭은 축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휘발유 인하율은 현재의 25%에서 20%로 경유와 LPG부탄 인하율은 37%에서 30%로 조정된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축소하면서 당장 7월부터 휘발유는 리터당 41원, 경유는 38원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기준 서울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10.95원(전국평균 1648.95원), 경유는 1571.20원(전국평균 1477.76원)이다. 여전히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휘발유는 리터당 70원, 경유는 90원 비싸다.
유류가격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계층은 서민이다. 화물차 운전기사나 택시 기사 등이 당장 타격을 입고 영업직 등 업무상 자동차 운행이 많은 직업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유류 가격과 연동된 물류·교통 가격 등도 덩달아 들먹거리고 있다.
◆공공요금 줄인상 예고 = 하반기에는 전기요금, 가스요금, 수도 요금도 줄줄이 인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금리, 고물가로 신음하는 서민의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공공요금 현실화’에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국민과 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고, 최근 안정화 추세에 접어든 물가상승률을 다시 자극할 수 있어서다.
물가당국은 물가에 미칠 영향과 에너지 공공기관의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해 조만간 하반기 기조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요금은 동결 기조를 유지하되 가스요금부터 현실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전기요금 동결기조도 여름철 성수기 이후에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