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판결문’ 오류, 법정 밖 공방
서울고법 “사후경정 사과 … 중간계산 오류, 재산분할 비율 영향 없어”
최 회장측 “기여도 125 : 160으로 바꾸면서 재산분할금액 왜 안 바꾸나”
이른바 ‘100배 오류 최태원 판결’이 법정 밖에 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아트센터 나비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18일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SK주식 기여도에 대해 각각 12.5 대 355에서 125 대 160으로 오류를 수정하는 설명자료를 냈다. 이는 최 회장측이 전날 ‘결정적(100배) 오류’를 지적한데 따른다.
그러자 최 회장측은 “수정 전 12.5 대 355를 기초로 판단했던 것을 125 : 160으로 변경했음에도 판결에 영향이 없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재산분할 금액 1조3808억원은 왜 안바꾸나”고 따져들었다. 재판부가 오류를 기초로 판단했으니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이다. 이에 ‘오류수정 최태원 판결’은 당분간 법정 밖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김시철 부장판사)는 이날 ‘17일자 판결경정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설명자료를 내고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가 나중에 발견돼 이를 사후에 경정함으로써 번거롭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 “올해 4월 16일 기준 SK주식의 가격인 16만원이나 구체적인 재산분할 비율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판결이유에 나타난 잘못된 계산오류 및 기재 등에 대해서만 판결경정의 방법에 의해 사후적으로 수정한 것”이라며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단순한 계산오류 등으로 판결에 잘못된 내용이 기재된 경우 이유뿐 아니라 주문까지도 판결경정의 방법으로 수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주문은 바꾸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한텔레콤 주식의 1994년 당시 가치를 8원으로 정리한 다음 최종현 선대회장의 사망 당시인 1998년에 1000원으로 가치가 상승한 경우, 선대회장의 재임기간인 4년 동안 약 125배의 가치 상승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판단했다.
반면 최 회장 재임기간인 26년 동안 대한텔레콤 주식은 약 160배의 가치 상승이 이뤄졌다고 봤다.
항소심 변론종결 시점 기준 SK 주식은 1주당 16만원으로 상승했다는 이유이다.
재판부는 “대한텔레콤 주식과 SK 주식의 중간 형태인 SK C&C 주식의 상장 당시인 2009년 11월경 가치가 3만5650원 정도인데 이는 중간 단계의 가치일 뿐이어서 1998년 대비 약 35.6배의 가치상승은 최종적인 비교대상 내지 기준가격이 아니다”고 최 회장측 지적을 반박했다.
최 회장이 2009년 경영활동을 그만둔 것이 아니고 경영활동을 계속하고 있어 최 선대회장의 경영활동을 통한 기여(125배)와 최 회장의 경영활동을 통한 기여(160배) 중 최 회장의 기여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 전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를 한 것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기여를 재산분할 당사자인 최 회장과 노 관장의 분할비율 등 산정 과정에서 노 관장측 기여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측도 이날 다시 입장문을 내고 “계산 오류가 재산분할 범위와 비율 판단의 근거가 된 만큼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최 회장측 대리인은 “기존 판결문은 1994년 대한텔레콤 주식 인수부터 2009년 주식 상장 시점까지를 대상으로 최 선대회장과 최 회장 간 주식상승비율의 기여분을 비교했다”며 “(재판부가) 이와 같은 논리를 견지하려면 판결문을 2024년까지 비교기간을 늘리도록 추가 경정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재판부는 실질적 혼인관계는 2019년 파탄이 났다고 했는데 2024년까지 연장해서 기여도를 재산정한 이유도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측 대리인은 전날 “주식 가액을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으로 바꾸면 당초 재판부가 12.5배로 계산한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125배로 10배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로 줄어든다. 사실상 ‘100배’ 왜곡이 발생한 것이다”며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