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신임 회계사회장…사회 전반 ‘회계투명성 강화’ 시동 건다

2024-06-20 13:00:02 게재

학계·정치권에서 활동, 회계업계에 국한된 시각과 달라

빅4 회계법인 중심에서 탈피 … 정부에 강경 목소리낼 듯

최운열 신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회계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회 전반의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회계업계의 준비가 시작됐다. 법제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기업에 국한됐던 그동안의 회계개혁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최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최중경 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회계가 바로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는 구호를 남기셨다”며 “회계가 10위권 경제 강국에 맞는 수준까지 올라갈 때까지 (회계개혁을) 실행에 옮기고자 회장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계 투명성은 국가적인 과제”라며 “기업인들 입장에서 보면 규제 같기도 하고 비용이 너무 올라가서 힘들기도 하겠지만,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야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서 최운열 제47대 회장 당선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회계 위상 높일 회계기본법 제정 추진 = 금융위원회는 현재 기업 등 영리법인에 대해 상법·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에 근거, 회계감사 전반을 감독하고 있다. 영리법인은 외부감사를 받는 동시에 내부회계관리제도 적용대상이다. 하지만 공익법인과 사립학교, 의료기관 등은 각각 상속세 및 증여세법(주무관청 기획재정부), 사립학교법(교육부), 의료법(보건복지부)에 따라 제도가 시행·운영되고 있으며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은 외부감사와 감사인지정제도, 감리제도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회계기본법이 제정되면 각 법률과 기관에 흩어져 있는 감사 관련 법조항이 통합되고 각 분야의 특성이 어느 정도 고려되겠지만 전반적으로 회계투명성이 강화될 전망이다. 국가적으로 회계분야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재 회계 관련 제도와 감독을 맡고 있는 기관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회계전담조직이었던 기업회계팀은 감사원 지적에 따라 없어지고 공정시장과에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회계분야를 전담하는 별도 기구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회계투명성에 대한 중요성을 낮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4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서 한국의 회계분야 평가 순위는 67개국 중 41위를 기록했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의 경우 지정감사를 면제해준다고 밝힌 것도 회계투명성과 관련한 인식 수준을 드러낸 것이다. 최 회장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회계 투명성은 모두 추구돼야 하며 그중에서도 회계 투명성이 더 중요하다”며 “정부안대로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에 주기적 지정 면제를 해준다면 밸류업이 아니라 밸류다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계기본법이 제정되면 회계제도와 감독을 전담할 기구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회계법인의 외부감사업무 전반에 대해 검사·조사·제재 등을 하는 별도의 기구인 회계감독위원회(PCAOB)를 두고 있다.

◆“정부와 갈등 빚더라도 …” = 최 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1971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30년 가량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학계에 몸담았다. 이후 한국증권학회장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2016년 20대 국회에서 의원직을 수행하면서 활동범위를 정치권으로 넓혔다.

회계업계에 몸담지 않았다는 점이 선거 기간 약점으로 부각됐지만 한편으로는 회계업계의 시각에서 머물지 않고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회계 관련 이슈를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대형회계법인(빅4) 중심으로 움직여온 회계업계의 변화도 예상된다. 김영식 전임 회장은 삼일회계법인 출신으로 임기 동안 빅4에 유리하게 회계정책이 변화됐다는 게 중견·중소회계법인들의 불만이다. 금융당국의 회계개혁 후퇴 움직임에도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관료 출신으로 회계업계에 몸담지 않았던 최중경 전 회장이 임기 동안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점에서 이번 신임 회장이 ‘제2의 최중경’이 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회계업계에서는 강하다.

최 회장은 “정부와 갈등을 빚는 한이 있더라도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감리 방식과 관련한 등록 회계법인들의 불만에 대해서도 이복현 금감원장을 직접 만나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등록 회계법인들은 금감원이 감사품질 향상을 이유로 회계법인의 인사, 노무, 경영 전반을 검사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최 회장은 “빠른 시일 내에 금감원장을 만나 뵐 것”이라며 “말씀을 나누면 공감대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창업 활성화와 이를 위한 규제 완화를 위해서라도 회계 투명성을 필수적”이라며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경쟁력의 강화”라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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