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빌라는 우상향” 모자 전세사기 검거
5일마다 빌라 1채 매입
“서울 빌라는 우상향(가격이 오른다는 의미)한다”며 수도권에서 300채에 가까운 빌라를 사들인 뒤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엄마와 아들 등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범행기간 동안 5일마다 빌라 한채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기 혐의로 50대 A씨를 구속송치하고, 이씨의 30대인 아들 B씨를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4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세입자 69명의 전세 보증금 약 180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모자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도권에서 ‘동시진행’ ‘역갭투자’ 방식으로 빌라 293채를 사들인 뒤 임차인 69명에게 전세보증금 180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건축주와 전세세입자, 명의자가 빌라를 신축한 뒤 분양과 전세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동시진행’ 수법이라고 한다. 전세사기의 대표적 수법으로 건축주가 빌라 소유권, 전체보증금 반환 채무를 명의자에게 동시에 양도하고, 명의자는 전세보증금으로 매매대금을 치른다.
또 다른 방식인 역갭투자는 건축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매수자가 빌라를 매입해 전세보증금을 실제 분양가보다 부풀리는 것을 말한다.
두 방식 모두 명의자가 실제 현금이 없어 되팔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종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된다.
A씨는 건축주로부터 건당 600만원에서 27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아 빌라를 매입해왔다. 아들 B씨는 세입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했고, 일부 빌라를 자신의 명의로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건축주들은 세입자들로부터 받은 보증금의 최고 12%를 A씨나 범행에 동원된 이들에게 대가로 제공했다. 건축주들은 미분양 물건에 대해 최대 180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 빌라 전세계약의 법정 수수료는 69만원으로 무려 260배를 올려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외에 건축주와 분양담당자 14명, 거래를 성사시킨 공인중개사 44명은 검찰에 넘겨졌다. 건축주와 분양에 관여한 관계자들에게는 사기를, 이들의 범행을 도운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에게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을 각각 적용했다.
애초부터 돌려줄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A씨는 세입자들에게 “당신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오라”며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상당수가 부동산 임대차 경험이 부족한 20~30대였다”며 “입주한 집이 ‘깡통전세’로 보증금 회수가 어려울지 몰랐다”고 설명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