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통령 부인 ‘동시수사’ 속도

2024-06-20 13:00:04 게재

민감한 사안 수사 균형 맞춰야 하는 검찰 부담

‘김건희 여사 명품백’ 대통령실 관계자 소환

‘김정숙 여사 외유성 인도 출장’ 고발인 조사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를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외유성 인도 출장’ 의혹에 대해서도 고발인을 조사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전·현직 대통령 부인을 동시에 수사하는 것은 초유의 일로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전날 대통령실 조 모 행정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 인사를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조 행정관은 윤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김 여사를 보좌해온 측근 인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앞서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 등을 건넨 최재영 목사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립묘지 안장 등을 청탁하자 조 행정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최 목사가 공개한 통화 녹취에 따르면 조 행정관은 지난 2022년 10월 17일 최 목사에게 전화해 “김창준 의원님 건으로 ‘서초동’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청탁 내용을 검토한 결과를 설명했다. 조 행정관이 언급한 ‘서초동’은 김 여사측을 의미하는 것으로 김 전 하원의원 관련 청탁에 반응을 보인 것이라는 게 최 목사측 주장이다. 실제 조 행정관은 통화에서 국립묘지 안장 요건과 신청절차, 국립묘지 상황 등을 전달하고 국가보훈부 사무관의 연락처를 안내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조 행정관과 주고받은 통화 녹취와 문자 등을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조 행정관에게 최 목사에게 연락하고 국가보훈부 직원을 소개해준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여사가 최 목사를 도와주라고 지시했는지, 청탁이 성사되도록 보훈부 업무에 관여했는지 등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는 지난해 12월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지난달초 이원석 검찰총장 지시로 전담수사팀이 구성된 이후 속도를 내왔다. 검찰은 지난달 13일과 31일 최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고, 명품가방 전달 장면을 몰래 촬영한 영상을 공개한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 관계자들도 잇따라 조사했다.

검찰이 이날 조 행정관을 소환함에 따라 순차적으로 김 여사 주변 인물들에 대한 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조 행정관과 함께 김 여사를 보좌하는 유 모 행정관 등이 다음 조사대상으로 거론된다. 유 행정관은 최 목사와 김 여사의 면담 일정을 조율하고 직접 최 목사를 마중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행정관을 소환한 날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조아라 부장검사)는 김정숙 여사의 ‘외유성 인도 출장’ 의혹을 고발한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을 불러 조사했다. 지난해 12월 고발 접수 후 약 6개월 만에 고발인 조사를 시작하며 수사를 본격화한 것이다.

이 시의원은 지난 2018년 11월 김 여사의 인도 방문 당시 4억원의 예비비가 편성됐다고 주장하며 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김 여사를 고발한 바 있다. 그는 올해 초에도 한글을 모티브로 한 샤넬 재킷을 대여해 착용한 뒤 반납하지 않은 의혹, 청와대 경호처 직원에게 개인 수영강습을 시킨 의혹 등으로 김 여사를 고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이 시의원을 상대로 11시간 가량 조사하면서 김 여사를 고발한 취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의원은 조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꼼꼼하게 준비해서 여러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제가 고발장에 쓴 것에 두 배 이상 준비를 한 것 같았다”며 “타지마할 방문에 관한 것을 가장 상세히 물어봤지만 수영 강습, 샤넬 재킷, 장신구 대여 등 언론에서 거론된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다 의견을 물어봤다”고 전했다.

김정숙 여사 관련 사건도 그동안 별다른 진척이 없었으나 검찰이 최근 업무 부담 등을 고려해 형사1부에서 형사2부로 재배당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검찰은 4차장 산하 공정거래조사부 소속 검사 1명을 이 사건 수사에 추가로 투입하기도 했다.

인도 방문과 관련해 김 여사측은 인도 정부의 요청으로 문 전 대통령을 대신해 다녀온 공식 외교 활동이었다는 입장이다. 여당을 중심으로 외유성 출장 의혹이 제기되자 문 전 대통령은 “인도측 요청에도 내가 갈 형편이 되지 않아 아내를 설득해 등 떠밀 듯 가게 한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시의원 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당시 출장에 관여한 외교부 등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전현직 대통령 부인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게 된 검찰은 그만큼 부담이 커진 모습이다.

차장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고발사건을 처리 안할 수도 없고, 두 사건 수사 균형도 맞춰야 할테고 이래저래 검찰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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