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일본 기업서 위자료 받는다
대법원 “소멸시효 계산 2018년 기준해야”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기업으로부터 위자료를 받게 됐다. 항소심 법원이 1심 선고 이후 나온 대법원 판례에 따라 소멸시효 기간을 달리 계산하면서다. 이 판결은 대법원의 소멸시효 계산 기준 판단 이후 항소심에서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결과가 달라진 첫 사례로 알려졌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12-2부(김현미 부장판사)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박 모씨의 유족이 일본 건설사 쿠마가이구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달리 “쿠마가이구미는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부 지연손해금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청구액 전액이 인용됐다.
박씨는 22세이던 1944년 10월 일본의 쿠마가이구미 사무소로 끌려가 일하다가 이듬해 2월 사망했다. 60년이 지나 그의 자녀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3년간 조사 끝에 A씨에 대한 피해자 결정이 나왔다.
박씨의 유족은 2019년 4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쟁점이 됐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혹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와 가해자를 피해자가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 소멸한다.
1심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처음 인정한 대법원의 2012년 파기환송 판결 후 3년이 지나 유족이 소송을 낸 만큼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소멸시효 계산 기준을 2012년 대법원 판결이 아닌, 이 판결이 재상고를 통해 확정된 2018년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해석한 작년 12월 대법원 판결 취지를 따른 것이다.
2심은 “2012년 판결은 파기환송 취지의 판결인 만큼 당사자들의 권리가 확정적으로 인정된 게 아니었다”며 “결국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비로소 구제 가능성이 확실해졌고, 박씨 유족은 이 판결로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소송을 냈다”고 결론을 뒤집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