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단독 청문회 ‘양날의 칼’…‘맹탕’이냐 ‘스타탄생’이냐

2024-06-21 13:00:29 게재

채 상병 수사외압·방통위 편법운영 도마 위에

재판 연관 이유로 증인 묵비권 행사 가능성

자료 미제출·여당 불참 등 ‘반쪽 청문회’ 전락

“실력 보여줘야 … 져 버리는 전쟁될 수도”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과 2인 방통위 운영의 편법 논란을 다루는 두 청문회는 민주당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결정적 사실을 폭로하거나 증인들의 말에서 의혹과 논란을 해소할 만한 발언이 나오지 않게 되면 ‘맹탕 청문회’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공개되고 확보한 자료들을 토대로 증인들을 압박하겠지만 정부 측은 자료제출 거부와 불참, 증언 거부 등으로 힘 빼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당의 불참은 ‘반쪽 청문회’로 전락시켜 기대치를 크게 낮춰 놨다.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서 묵념하는 증인들 2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이 채해병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비서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21일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5공 청문회와 같은 청문 스타가 나오길 바라겠지만 국민의힘 의원들도 나오지 않고 증인들도 제대로 말을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청문회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새롭게 나올 내용이 없고 이미 알려진 내용을 놓고 큰소리만 치게 되면 ‘물 청문회’라거나 ‘맹탕 청문회’라는 비판과 함께 민주당이 힘의 논리로 청문회를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 통과를 앞두고 이뤄지는 ‘입법 청문회’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이뤄진 핵심 증인과의 통화 기록을 확보한 상태로 대통령과 어떤 내용으로 통화했는지, 대통령이 통화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대통령 통화가 수사기록 회수와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에 대한 항명죄 처벌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증거나 진술로 확인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재판이나 개별 발언으로 소개된 사건의 전모가 청문회장에서 펼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이번 청문회를 유의미하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단장과 변호인들뿐만 아니라 출석하겠다고 언급한 이종섭 전 장관이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입을 통해 직접 해명을 듣고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성과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전 장관 등 증인들은 재판을 이유로 진술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미 불참을 선언해 놨다. 또 정부에서 자료 제출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보가 공개될 가능성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힘 빠진 청문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가운데 청문회를 여는 것에 대해 “부담이 된다”면서 “민주당이 혼자 하면 국민들께서 민주당이 혼자 하니까 그런 쪽으로 흘러갈 것이다라는 예단을 갖게 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들어와서 진실 공방을 하면 채 해병 특검과 또 수사외압이라든가 오히려 진실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그래서 국민들께서 판단하시기에 더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고도 했다. 또 “저희가 걱정하는 것은 출석하고 하겠다는 핵심 증인들이 수사라는 이유로 증언을 거부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도 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가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건 바로 (입법청문회) 이런 자리”라며 “여기에서 실수가 있으면 아무리 우리가 좋은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완전히 져버리는 전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법사위, 과방위에 계시는 분들은 정말 꼼꼼하게 준비를 하셔야 될 것”이라고 했다. “기대가 상당히 높고 만약에 입법청문회를 잘 치른다면 그야말로 청문회 스타도 탄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방송통신위원회가 2명만으로 운영되는 것을 차단하는 방통위법 개정과 관련한 입법청문회를 통해 김홍일 방통위원장 등을 증언대에 세울 계획이다. 이미 과방위는 김 방통위원장과 함께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 이헌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놨다.

청문회에서는 방통위가 ‘2인 체제’에서 YTN 대주주 변경 등의 결정을 결행한 데 대한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질 전망이다. 방통위 상임위원에 지명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선임을 거부한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방통위 의사결정과정을 지켜봤던 김현 과방위 민주당 간사가 새로운 폭로를 쏟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과방위 청문회에도 참석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참석할 지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과방위 개최 직전에 불참을 통보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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