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대출 옥죌 우려…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머뭇’
대출한도 줄면 ‘한계 선상 차주’ 직접 영향
적용대상 적지만 대출시장 전반 위축 가능성도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내달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최종 확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하면 대출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가뜩이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서민 취약계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다.
DSR은 대출자가 한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이 이뤄지도록 하는 규제다.
은행권은 현재 대출자의 DSR이 40%를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대출을 해주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향후 금리 인상까지 고려해 더 높은 금리(스트레스 금리)로 DSR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는 만큼 DSR 상승에 따라 대출한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21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달 1일부터 스트레스 DSR 적용 대상이 은행권에서 2금융권으로 확대되는 만큼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들에게 미칠 영향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며 “아직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2단계 스트레스 DSR에서는 표준 스트레스 금리에 적용되는 가중치가 1단계(25%) 보다 높은 50%로 올라간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금리가 4.0%라고 가정할 때 현행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면 4.38%로 금리가 높아진다.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이 4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로 주택담보대출(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을 받을 경우, 다른 대출이 없으면 최대 3억77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단계에서 높은 가중치가 적용되면 금리는 4.75%로 올라가고 최대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3억5700만원으로 2000만원 줄어든다.
1단계에서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에만 스트레스 DSR이 적용됐지만 2단계부터 은행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로 확대된다. 자영업자 등이 자금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 2금융권에서 추가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2단계 스트레스 DSR이 한계 선상에 있는 차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신청자의 10% 가량이 2단계 스트레스 DSR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 DSR이 37~40%인 차주들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다수 대출자들에게는 영향이 없지만 스트레스 DSR 적용대상이 2금융권으로 확대되는 만큼, 시장에 가계대출 축소라는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고 대출 시장의 전반적인 위축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토대로 내주 초에 논의를 진행,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은행권과 시행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를 모두 진행해온 만큼 예정대로 일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지만 정책적인 판단을 고려한 결정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