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홍보영상에 깜짝 출연,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중소기업 돕자는 말에 '승낙'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달청과 국립발레단이 만났다. 24일 조달청은 ‘신뢰·균형·조화의 K-조달, The Next Stage’라는 제목의 홍보영상을 선보였다. 이 영상엔 세계적 발레리나인 강수진 국립발레단장과 단원들이 등장한다. 강 단장이 정부 기관이 만든 홍보영상에 출연한 건 이례적이다. 발레리나 강수진은 영상에서 이렇게 말한다. “무대에 오르는 건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함께 하는 거죠. 서로를 믿고 호흡을 맞추며, 완벽히 하나가 될 때 더 높이 도약할 수 있죠. 세계 무대에 펼쳐질 대한민국의 미래, 조달청이 함께 합니다.”
강 단장의 섭외부터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작년 12월 취임한 임기근 조달청장은 조달청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홍보가 필요하다고 봤다. ‘공무원식 홍보’를 뛰어 넘어 ‘자유롭고 품격 있는 홍보’를 원했다. 조달청에선 내부 회의가 이어졌다. 친숙하면서도 품위가 있고, 세계로 진출하는 한국 중소기업을 상징할 후보자를 물색했다. 몇 달간의 고민 끝에 1순위 후보로 선정한 인물이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다.
첫 접촉에선 ‘딱지’를 맞았다. 실무진은 낙담했지만 임 청장은 “한 번 만나서 설득이라도 해보자”고 했다. 강 단장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삼고초려 끝에 임 청장과 강 단장의 만남이 겨우 이루어졌다. 강 단장은 “제가 조달청이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발레단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사양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임 청장은 즉석에서 이렇게 설득했다. “조달청은 공공조달을 통해 57만 등록 기업들이 세계적 수출기업이 되도록 꿈꾸는 플랫폼이고, 국립발레단도 발레 꿈나무를 키워 세계적 발레리나로 만드는 곳이니 목표가 같은 조직”이라는 논리를 폈다. 대기업도 아니고 대부분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세계진출을 돕는 일이니 함께 하자고 설득한 것이다. 가만히 듣던 강 단장은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우연히 두 사람은 1967년생으로 나이도 같다. 덕분에 짧은 대화만으로 금방 친구가 됐다. 서울대 경영학과 86학번인 임 청장은 호적은 68년생이지만 실제론 67년생이다.
홍보영상엔 남녀 발레 단원들도 함께 출연한다. 임 청장은 “주연급의 훌륭한 단원들께서 거의 재능기부 차원에서 열성적으로 참여해 몸둘 바를 모를 정도”라고 고마워했다.
한편 조달청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물자의 구매·공급과 관리를 전담하고, 정부의 주요 시설공사 계약 관련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소속은 기획재정부 외청 기관이다. 임 청장도 행정고시를 거쳐 기재부 예산실에서 잔뼈가 굵은 ‘예산통’이다.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국가 종합 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는 기업 관계자들이 입찰 확인을 위해 매일 일정을 확인하는 사이트이기도 하다. 지난해 조달시장 규모는 208조원에 달한다. 이중 중소기업이 납품한 비중이 64.6%(135조원)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