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실패, 의정갈등 투입재정 1조원”
우원식 “국회, 갈등 진원지 … 정치 중심은 국민”
“극한 대치, 열성 지지자로 확장 … 개헌 필요”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번 의정갈등 과정에서 비상 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투입된 재정이 현재까지 약 1조원”이라며 “대화 실패로 400병상 규모의 지방의료원 4개를 지을 기회를 잃어버린 셈”이라고 했다.
우 의장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주장하고 표방하는 대화는 많은데, 조율하고 조정하는 대화는 줄었다. 이대로 가면 대화를 통해 차이를 좁히거나, 한 발씩 양보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에 속수무책이 되고 만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 의장은 우리나라와 국회의 중심에 ‘갈등’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다”며 “극심한 갈등의 자장 안에 있기로는 국회도 마찬가지다. 국회가 때로는 갈등의 진원지, 때로는 갈등의 대리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갈등이 커질수록 정치 불신이 깊어지고, 그 결과가 더 좋은 삶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낙담으로 이어지는 것, 이 점이 22대 국회가 직면한 도전, 우리 정치가 해결할 근본적인 과제”라며 ‘개헌’과 ‘국회가 갈등을 다루는 관점’을 짚었다. 우 의장은 갈등의 해법으로 ‘균형’을 제시했다. 그는 “갈등의 복판에 있을수록 ‘균형’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정치의 중심은 국민이다. 따라서 균형은 국민의 눈으로 보는 것이고,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삼권분립의 한 주체라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어 “22대 국회를 구성한 민심을 제대로 찾아가는 속에서, 또 한편으로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 속에서 균형을 이뤄가겠다”며 “다수 국민과 사회적 약자의 눈으로 정치와 공공의 역할을 살피는 노력, 이해관계자들의 반론과 참여, 성찰과 숙의의 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 편에서 일하면서 성과를 내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갈등의 중심이 아니라 갈등을 풀어가는 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며 “이번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심할수록 대화를 시작하고 이어가는데도 뚝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뚝심 있게 해보겠다”고 했다.
한편 우 의장은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며 “그 중 하나가 5년 단임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 권력을 목표로 한 극한 갈등과 대치가 이제는 의회를 넘어 광장으로, 정치인에서 열성 지지자들로 확장되고 있다”며 “개헌을 통해 5년 단임제가 가진 갈등의 요소를 없애고, 권력 구조와 정치적, 정서적 극한 대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