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깎아내리던 트럼프 ‘태도 급변’
TV토론 앞 바이든 띄우기
“훌륭한 토론자, 과소평가 안해”
오는 27일(현지시간) 첫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맞붙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본격적인 대결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주말 워싱턴DC 인근의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머물면서 측근들과 열띤 모의 토론을 하며 시간을 보낸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저택에서 최근 몇 주간 공화당 상원의원이나 고문들과 토론 대비 회의를 하고 있다고 가디언, BBC 방송 등 영국 언론들이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은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 능력에 대해 입만 열면 깎아내리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엔 갑자기 태도를 표변해 바이든을 뛰어난 토론자로 평가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는다며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 일정이 결정된 지난달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부패한 조 바이든은 내가 상대한 토론자 중 최악이다. 그는 문장 두 개를 연결하지도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틀 뒤에는 바이든을 겨냥해 “그는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무대에서 내려오는 길을 찾지 못한다”며 신체능력까지 걸고 넘어졌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일 공개된 ‘올인’ 팟캐스트에서 태도를 180도 전환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훌륭한 토론자”(worthy debater)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난 그를 과소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팟캐스트에서 그는 2012년 부통령 후보 토론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바이든 부통령이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박살냈다”며 “그래서 난 바이든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2012년 토론 직후엔 두 부통령 후보가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등한 토론”을 펼쳤다면서 “라이언의 마무리 발언이 좀 더 나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트럼프 측근들에게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는 전날 CNN 인터뷰에서 “이 남자(바이든)는 능력이 있고 우리도 그것을 봤다. 우리는 그가 4년 전에 토론하는 것을 봤다. 올해 국정연설에서도 봤지만, 그는 필요할 때가 되면 분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실력이 있다는 근거로 지난 3월 의회에서 한 국정연설을 언급한 것이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1시간 넘게 힘찬 목소리로 연설해 고령 논란을 일부 불식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역대 최악의 연설”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변화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 “정치인들과 선거캠프가 토론을 앞두고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려는 것은 일반적”이라면서 “하지만 트럼프의 태도 반전은 속내가 뻔히 보이면서도(transparent) 빠르고 놀랍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토론을 주관하는 CNN도 수개월간 바이든을 “뇌사한 좀비”라고 조롱해온 트럼프 측의 놀라운 전환이라면서 “이것은 자신들이 토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실력에 대한 기대 수준을 불필요하게 낮췄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한 인터뷰에서는 민주당이 대선 후보를 더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교체하지 않도록 자신이 토론에서 일부러 바이든 대통령에게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댈러스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NRA) 행사에서 “그가 서 있기만 해도 그들은 대단한 활약이었다고 말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지난 22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유세에서 “그는 지금 자고 있다. 그들은 그가 건강하고 기운을 차리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론 직전에 그는 엉덩이에 주사를 맞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