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원구성 충돌 “전략도 희생도 배짱도 없었다”
7개 상임위원장 받고 국회 복귀 … 지도부 ‘무대책 보이콧’
중진의원 “위원장 못할라” 걱정 … 의원들 “밤샘농성 왜?”
국민의힘이 국회 원구성을 놓고 민주당과 힘겨루기를 하다가 사실상 백기 투항했다.
여당 요구안을 전혀 관철시키지 못했다. 여권에서 “지도부는 전략이 없었고, 중진은 희생이 없었고, 의원들은 배짱이 없었다”는 한탄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외교통일 국방 기획재정 정무 여성가족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 정보위 등 7개 상임위원장을 챙겼지만, 제2당이 관례적으로 맡던 법사위원장과 여당 몫이던 운영위원장을 민주당에 넘기게 됐다. 야당의 특검법 추진과 대통령실 공격을 막을 결정적 방어막을 잃은 셈이다.
당 지도부에 강경한 투쟁을 주문했던 의원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한탄이 터져 나왔다. 우선 지도부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 치밀한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TK(대구·경북)지역 의원은 24일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 국회 보이콧을 결정할 때는 단기간 내에 야당을 어떻게 압박해서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킬지에 대한 치밀한 전략이 세워져 있어야 한다”며 “(원내지도부는) 계획이 다 세워져있다고 하더니 막상 싸움이 붙으니 아무런 전략도 없이 시간만 끌더라”고 지적했다.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군인 3선 중진의원들은 21대 전반기 국회처럼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할까 걱정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자칫 자신들은 상임위원장 ‘감투’를 써보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국회 보이콧 장기화에 노심초사하는 표정이었다.
전체 108명 중 44명이 초선인 여당 의원들은 애당초 전투력을 의심케하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야당의 ‘폭주’를 막겠다고 나섰으면 야당보다 더 강하게 맞서야 하는데 누구도 눈에 띄는 전투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민주당이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하던 지난 10일 밤, 국회 본청에서 농성을 하던 의원들은 결기는커녕 산만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보다 못한 5선 중진 나경원 의원이 나서 “이대로 집에 가면 안 된다”며 의원들에게 밤샘농성을 호소했지만, 호응이 약했다는 전언이다.
앞서 TK지역 의원은 “18대 국회 당시에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153석으로 과반을 넘겼고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이 81석에 그쳤지만,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6개 위원장직을 차지했다.
선진창조모임도 1개를 챙겼다. 왜 그랬을까. 민주당이 숫자는 적지만 여당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거칠게 싸웠기 때문에 여당이 결국 다 양보한 것이다.
소수당이 살아남으려면 지도부와 의원들이 합심해서 강한 전투력을 보여야 하는데, 지금 국민의힘에는 그게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사퇴 의사를 표한 추경호 원내대표를 오는 27일 재신임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는 정서가 강한데다, 지도부 공백을 또 초래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친윤’인 추 원내대표를 선호하는 것도 재신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으로 꼽힌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