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결손에도 정치권은 '감세'포퓰리즘 경쟁
여당은 말로만 건전재정…대책 없이 “세금 깎아주겠다”
세수결손 비판하던 야당도 표 의식해 “전국민 현금지원”
나라곳간 지켜야 할 정부는 대통령 눈치만 보며 ‘침묵’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결손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4월까지 법인세수만 12조8000억원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정부가 당초 계획한 예산보다 30조원대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4월까지만 관리재정수지가 64조6000억원 적자로 역대 최대다.
세수부족을 주시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정치권은 인기영합 감세경쟁에 팔을 걷어붙인 모양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상속세·종부세도 깎고 내년 시행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까지 폐지하겠다고 했다. 4·10총선 참패와 대통령 지지율 급락의 국면전환용으로 ‘감세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나라곳간을 지켜야 할 기획재정부도 대통령실 감세발언에 맞장구만 치고 있다. 감세를 메꿀 재원마련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세수결손을 비판하는 야당도 ‘포퓰리즘’ 앞에선 예외가 없다. 여전히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을 주요 정책으로 내걸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세수입은 125조6000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8조4000억원 줄었다. 올해 예산(367조3000억원) 대비 진도율은 34.2%다. 56조4000억원의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했던 작년(38.9%)보다도 낮다.
남은 기간 지난해와 똑같이 세금이 걷힌다면 올해 세수는 335조7000억원이다. 예산 대비 31조6000억원 덜 걷히게 된다. 56조원대 초대형 세수펑크가 났던 지난해(344조1000억원)보다 낮은 수준으로 세금이 걷힌다. 정부는 앞으로 남은 기간은 작년보다 세수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가 작년보다는 개선되면서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목의 수입이 개선된다는 설명이다. 정부 기대대로 하반기 세수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올해는 10~30조원대 세수 결손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런 세수상황에도 정치권은 감세경쟁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정부 정책을 ‘퍼주기’로 비판하고 건전재정을 하겠다던 대통령실과 여당은 ‘감세 홍보’에 여념이 없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종부세 폐지와 함께 상속·증여세 완화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공개 언급했다. 여당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상속세 개편 등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규정, 감세 경쟁에 가세했다.
정부는 이런 여권의 기류에 순응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르면 7월말 확정될 세법개정안에 이런 내용을 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임정부에서 여당(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 재정대책으로 재난지원금 지급을 논의하자, 당시 김동연·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나라곳간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발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야당도 2년째 세수결손사태를 초래한 정부여당을 비판하면서도 엇갈린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총선 핵심공약이었던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을 22대 국회에서 본격 추진 중이다. 소요 예산만 약 13조원으로 추정된다. 김대규 법무법인 티와이로이어스 변호사는 “여야의 포퓰리즘 경쟁으로 재정파탄 위기로 치닫고 있는 프랑스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은 감세가 아니라 미래세대를 대비해 증세를 공론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공학대학교 복지행정학과 신승근 교수는 최근 세법개정 공청회에서 “지방 공무원들의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못할 정도로 세금이 부족한 상황인데 세금을 깎아주자는 논의가 어떻게 가능하겠느냐”며 “부자들의 세금을 깎으면 그 대안은 국가부채를 늘리거나 중산층과 서민에게서 증세할 수밖에 없어,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