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도대체 왜 여당대표가 되려고 하는가

2024-06-26 13:00:01 게재

아직 6월인데도 역대급 무더위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그런데 지금 정치판도 꼭 날씨를 닮았다. 여야는 현재 전당대회 이슈로 뜨겁다. 특히 국민의힘에서는 나경원 의원, 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장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비윤 친윤 반윤의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출사표를 던져 전대판을 달구고 있다.

전당대회 열기만 날씨를 닮은 게 아니다. 빵점짜리 정치력으로 거대야당의 폭주를 손놓고 보고 있는 여당의 역대급 무기력도, 애초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반성의 기색이라고는 1도 없는 대통령 모습도 날씨만큼이나 짜증을 더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문닫는 소식이 들리고, 서민들은 고물가에 하루하루 살기가 버겁다고 호소하는데 정치권은 민생을 챙기기는커녕 ‘자기들만의 권력놀음’으로 국민의 인내심을 실험하고 있는 것 같다.

출사표의 화려한 수사 뒤로 ‘욕망의 정치’만

지금 여권의 관심은 오로지 차기 당대표 선거에 쏠려 있는 모양새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타령’에 ‘윤심타령’까지 얽히면서 용산도 여의도도 한달 뒤 전대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런데 정작 국민들에겐 관심밖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당신들의 잔치’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데다, 그나마 정치권 소식에 약간 귀기울이는 이들에게조차 그들이 왜 집권여당 대표를 하려고 하는지 확 다가오지 않기 때문일 게다. 후보들 모두 건강한 당정관계를 얘기하고 보수재집권을 장담하지만, 그들이 지난 총선에서 왜 버림받았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도 어떻게 국민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냥 출사표의 화려한 수사(修辭) 뒤로 ‘욕망의 정치’만 어른거릴 뿐이다.

후보들 중 가장 뉴스적 인물은 아마 한 전 비대원장일 것이다. 그런데 그가 왜 지금 당대표가 되려고 하는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본인은 지난 두달 총선참패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성찰을 했다고 했지만 그 결론이 출마라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총선의 패장이 곧바로 당 대표가 되려고 한 전례는 그동안 없었다. 2004년 탄핵총선 때 한나라당 선거를 이끌었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바로 전대에 출마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당시 박 비대위원장은 ‘천막당사’ 등으로 궤멸적 위기에 놓였던 당을 구해 승자 대우를 받았지만, 한 전 비대위원은 총선참패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동훈 불가’라는 용산의 기류를 뒷배로 출마한 원 전 장관의 행보도 잘 이해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총선이 윤석열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것을 세상이 다 아는데 ‘윤심팔이’로 대표가 되겠다는 발상은 그냥 한편의 코미디 같다. 그렇게 당대표가 돼서 다시 용산과 짝짜꿍이 되면 보수가 혁신되고 재집권의 길이 열리는가.

정권심판의 총선민심지형은 두달이 지난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윤 대통령 지지도는 20%대에 붙박이고, 국정장악력도 떨어져 곳곳에서 레임덕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거야의 폭주를 막으려면 국민의 지지라도 받아야 할텐데 지난 두달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오히려 민심과의 담을 더 높이 쌓아올렸다. 거대야당의 일방통행에도,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석달이라도 너무 길다”고 하는 야당 대표의 도발에도 역풍은커녕 미풍조차 일지 않는 것은 유권자들의 윤 대통령에 대한 미움이 여전하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윤 대통령과 민심과의 거리가 상수화된 상황에서 여당 대표의 길은 생각보다 험난할 것이다. 현재권력과 한통속이 돼서는 더 외면을 받을 게 뻔하고, 다른 목소리를 내면 요란한 내부 파열음이 예고돼서다. 지금까지 드러난 윤 대통령의 성정으로 볼 때 당이 자신과 멀어지려고 한다 싶으면 ‘격노’를 넘어 판을 깨려고 할지도 모른다. 과연 여당 대표후보들은 이런 상황을 감당할 각오는 돼 있는가.

여당이 제대로 서야 거대 야당도 정신 차려

지금 여당 당권주자들에게 ‘왜 대표가 되려고 하는가’를 묻는 이유는 보수의 미래를 걱정해서도, 후보 개인의 영달에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다. 다만 보수여당이 제대로 서야 진보연하는 거대야당도 정신 차릴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상대 못난 덕에 생존하는 웃픈 현실은 이제 끝내야 하는 것 아닌가. 여야관계가 건강해야 정치가 산다. 정치가 살아야 국민의 고통을 덜 길이 열린다.

전대까지 남은 한달, 그 과정에서라도 후보들의 비전을 보고 싶다. 체질화된 당의 반성불감증을 바꿀 의지가 있는지, 양남(영남과 강남) 중심의 웰빙정당에서 벗어날 생각이나 있는지, 남은 3년 윤석열정권을 연착륙시킬 복안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남봉우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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