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 역대 고금리기 대비 가팔라
자영업자 연체율 급증, 2년 만에 3배 뛰어
은행권 취약채무자 부도율 5% 육박 경고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다중채무를 안고 있는 저소득·저신용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고금리 국면에서 연체율 증가속도는 역대 고금리기에 비해서도 빠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1.52%로 2022년 2분기 말(0.50%)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출 원리금 상환능력이 부족한 자영업자 가운데 여러곳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낸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이 낮고 신용도 떨어지는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가팔랐다. 취약차주의 비중도 자영업자는 12.7%에 달해 일반 가계대출 취약차주(6.4%) 대비 두배에 달했다.
이번 금리상승기(2021년3분기~2023년4분기)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과거에 비해 상승세가 가팔랐다. 한은은 2010~11년과 2017~19년도 당시 고금리 때와 달리 상대적으로 대출금리 상승폭이 컸고, 개인사업자가 많이 종사하는 서비스업 경기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예컨대 서비스업 생산성지수 증가율은 2022년 2분기 12.2%에서 지난해 4분기 3.0%까지 급락하는 등 개인사업자를 둘러싼 환경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당분가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은 채무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 채무재조정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자영업자대출 증가세는 소폭 둔화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대출은 총 1055조9000억원으로 2022년 하반기 이후 증가세가 전년동기 대비 2.1%로 둔화했다. 자영업자대출은 개인사업자대출(702조7000억원)과 자영업자 가계대출(353조2000억원)을 합친 규모이다.
한편 한은은 금융기관 신용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데이터에 기반해 새로운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SAMP)를 개발해 전면 재구축했다고 밝혔다. 새모형에 따른 시나리오 결과, 은행권 취약채무자의 부도율이 올해와 내년 급증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은행권 취약채무자의 가계대출 부도율은 지난해 4분기 2.9%에서 올해 2분기(3.8%)와 내년 4분기(4.7%)까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