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도 안전하지 않다” 전국 화들짝
화성참사 계기, 전국 관련업체 긴급점검
안전기준 미비, 근본대책 수립에는 한계
소방당국은 3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일차전지 공장화재를 계기로 전국의 전지 관련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 지자체들도 지역 내 일·이차전지 시설에 대한 긴급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이차전지 시설에 대한 근본적인 안전대책이 없으면 유사한 사고는 계속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지자체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경북도는 지역의 이차전지 관련 시설 74곳을 대상으로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긴급 안전점검을 한다. 부산시는 일·이차전지 관련 업체는 물론 유해화학물질 관련 업체까지 대상을 확대해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점검 대상은 일·이차전지와 축전지 제조업체 37곳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설 58곳, 유해화학물질 관련 업체 15곳 등 110곳이다. 또 소관 부서별 위험물 정보와 실시간 상황관리 현황을 공유하는 등 안전사각지대 발굴에도 나서기로 했다.
전북도는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를 비롯해 군산·익산·완주 등 배터리 업체 45개사를 대상으로, 광주시는 셋방전지 등 지역 28개 업체를 대상으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앞서 이번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는 사고 직후 유해화학물질 사업장과 리튬 관련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24일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역 내 유해화학물질 사업장이 5934곳, 리튬 관련 사업장이 86곳에 이른다”며 “이들 사업장의 안전 문제를 정밀하게 전수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방당국과 지자체들이 관련 시설에 대한 긴급점검에 나섰지만 이것만으로는 사고를 방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본적인 사고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화학반응열이 원인이거나 화학적폭발이 발화 요인인 화재 발생 건수는 2016년을 기점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발화의 최초 원인이 화학반응열로 분류된 경우는 2008~2015년 200~300건 정도였으나 2016년에는 514건으로 늘었고, 이후에도 지난해까지 평균 400~500건씩 발생했다. 올해에도 상반기에만 279건이 같은 원인의 화재로 집계됐다. 화학적폭발 화재도 매년 늘고 있다. 2019년 50건을 넘긴 후 지난해 84건으로 집계됐고, 올해에도 상반기에만 71건이 발생했다. 배터리·축전지 화재도 지난해 160건, 올해 상반기 101건을 기록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에서는 지난 22일에도 한차례 리튬전지에서 불이 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관련 화재가 급증하고 있지만 관련 기준이나 대책은 부실하다. 우선 화재예방법상 연면적 3만㎡ 이상이 아니면 중점관리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대부분 공장은 연면적이 3만㎡ 미만인 중소업체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은 연면적이 5530㎡여서 1년에 한차례 이상 소화기·자동화재탐지설비·피난유도 등의 이상여부를 자체 점검하고 결과만 보고하면 된다. 실제 아리셀은 지난 4월 자체 소방시설 점검 뒤 “양호하다”고 소방당국에 보고했다.
김시국 호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안전점검을 실시한다 하더라도 관련 기준이 허술한데다 실제 생산 과정에서는 관련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유사한 화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관련 기준을 정비해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25일 오전 11시 34분쯤 불이 난 공장 2층에서 시신 1구를 추가로 발견했다. 마지막으로 시신이 수습된 사망자는 40대 한국인 남성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이번 참사 사망자는 23명으로 한국인 3명, 외국인 18명이다. 외국인은 중국인 17명과 라오스인 1명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중 한국인 3명은 신원이 확인됐지만 외국인 18명은 시신 훼손이 심해 신원 확인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망자 시신은 송산장례식장 등 인근 5개 장례식장에 나눠 안치됐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