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넷 중 한 곳' 하반기 위험 경고
한은, 경기 급락 등 가정한 시나리오
“취약 저축은행, 하반기 NPL 두배 급증”
저축은행 네곳 가운데 한 곳이 올해 하반기 이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새마을금고도 내년 하반기까지 부실대출 비중이 급격히 늘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가 급락하고, 예상치 못한 신용불안이 확대된다는 가정하에서 나온 시나리오지만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변동성이 워낙 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취약 저축은행’ 기업대출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최대 26.5%까지 급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14.0%)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기업에 내준 대출 넷중 하나는 대출 원리금 회수를 못할 위험성에 빠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취약 저축은행은 부동산PF 대출 가운데 부실 우려가 큰 대출 비중이 상위 25%인 곳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부상한 부동산PF는 이미 부실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의 PF대출 연체율은 11.3%로 2022년(2.1%)과 2023년(6.9%) 대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은 시나리오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도 위험하다. 지난해 말 기준 NPL비율이 7%를 초과하는 ‘취약 새마을금고’는 2025년 4분기까지 NPL비율이 19.4%까지 치솟아 지난해 4분기(10.1%) 대비 두배 가까이 수직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기자본비율도 급락해 저축은행은 2023년 말 14.3%에서 2025년 말 10.6%로 급락하고, 새마을금고도 같은 기간 8.6%에서 7.1%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은행권도 다중채무를 안고 있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부도율이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은행권 취약채무자의 가계대출 부도율은 지난해 하반기 2.9%에서 내년 하반기 4.7%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시나리오는 금융기관 복원력 점검을 위해 극단적 상황을 가정한 경로”라면서도 “PF대출 비중이 높은 기관은 충격이 발생하면 복원력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다만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국내 금융시스템 전반의 복원력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한편 한은은 이번 시나리오 전제로 올해 하반기와 내년 하반기 실질GDP 성장률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3%, 1.5%로 예상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3.5%, 2.5%로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