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주도형 기술창업지원사업 예산 확대보다 문제점 보완이 우선”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 ‘개편 필요’ 강조
운영사 실적 저조·초기투자 회피 지적
부처간 유사중복·연구개발 성과 미흡
국회에서 민간주도형 기술창업지원사업(TIPS)의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업취지에 맞는 실적이 저조하고 운영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팁스는 정부가 선정한 팁스(TIPS) 운영사가 창업기업을 선별해 선투자하고 정부에 추천하면 정부는 운영사 투자와 연계해 창업기업에 기술개발(R&D)과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구조다. 기술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기술인큐베이터 프로그램’(TIP)을 참고해 2013년부터 시행했다.
팁스를 통해 2023년까지 2800개가 넘는 창업기업이 지원받았다. 13조원 규모의 후속투자를 유치해 정부의 대표적인 창업지원사업으로 자리잡았다. 팁스 체계는 프리팁스(Pre-TIPS)→팁스(TIPS)→포스트팁스(Post-TIPS)→글로벌 팁스로 고도화됐다.
정부는 ‘민간주도 혁신성장’의 중소기업 정책방향과 연계해 팁스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예산도 2023년 4496억원에서 2024년 5871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375억원(30.6%) 증가했다. 2024년까지 팁스에 총 2조2688억원을 지원했다.
◆저조한 창업기업 발굴 = 팁스는 운영에서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26일 국회예산처가 공개한 팁스 평가보고서에도 그간 벤처업계와 전문가들이 제기한 내용들이 상당히 담겼다.
먼저 저조한 창업기업 발굴과 투자실적이다. 팁스는 정부가 선정한 민간투자사들이 운영한다. 팁스 운영사는 창업기업 투자와 추천, 보육과 기술개발 등을 지원하는 핵심주체다. 2023년말 기준으로 105개가 지정돼 있다.
2022년 이후 선정된 운영사의 실적이 저조했다. 이들 운영사의 창업기업 추천권 소진율을 78.2%로 이전 운영사의 87.9%에 비해 9.7%p 낮았다. 특히 전체 평균 소진율보다 낮은 운영사는 42.9%였다. 소진율 50% 미만 운영사도 10.5%에 달했다.
창업기업 추천권은 운영사가 발굴한 창업기업을 정부지원 대상으로 추천할 수 있는 고유한 권리다. 즉 팁스 운영사는 배정된 추천권 범위만큼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선투자를 진행해 팁스에 추천할 의무가 있다.
지금까지 팁스 운영사에 배정된 추천권은 모두 4167개다. 1개 운영사 추천권은 2013년 7.2개에서 2023년 10.2개로 계속 증가했다. 발굴해 추천한 창업기업은 2023년말 기준 총 3532개사다. 이 중 팁스에 선정된 창업기업은 총 2854개사다.
창업기업당 평균 투자액의 경우 1억6000만원으로 2022년 이전(2억1000만원)보다 5000만원 낮았다.
보고서는 “팁스 운영사의 창업기업 추천권이 증가했지만 운영사의 창업기업추천 실적이 평균 이하인 기업이 다수 있어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팁스 운영사의 초기기업 투자회피도 문제다. 팁스 운영사의 창업기업 투자의 지분투자유형이 보통주보다는 우선주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2013년에서 2018년까지는 보통주 비중은 40~50%였다. 2019년 이후 감소해 2023년에는 23.8%까지 낮아졌다.
반면 우선주 비중은 2023년 70.4%까지 증가했다. 이는 팁스 운영사의 창업기업 투자가 모험자본 성격보다는 단순히 위험회피성 투자 경향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팁스 운영사의 창업기업 투자와 연계해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목적에는 기술창업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투자를 촉진하는 데 있다”면서 “팁스 운영사의 투자는 팁스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수특허 비율 급락 = 국가연구개발 성과도 미흡한 수준이다. 팁스 연구개발(R&D) 기술료 성과가 전체 국가연구개발사업 평균 수준에 그쳤다. 2013년~2022년 전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연구비 10억원 당 기술료 수입액은 1260만원이었다. 팁스(R&D)는 1110만원으로 약간 낮았다.
우수특허 비율은 국가연구개발사업 평균 수준보다 다소 높지만 우수특허 비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팁스(R&D) 과제의 우수특허 비율은 2018년 12.6%에서 2022년 4.9%로 급락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유사중복 해소도 주문했다. 정부의 민간주도형 창업지원정책 방향을 강조하자 각 부처에서도 팁스와 유사한 창업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복사례로 △스케일업 기술사업화프로그램(산업통상자원부) △민간투자 스케일업(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 기술창업 스케일업사업(해양수산부) △민관협력기반ICT 스타트업 육성(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을 꼽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타 부처 사업은 투자조건을 가지고 기업이 신청하는 구조로 사업이 운영되지만 팁스는 운영사 방식으로 우수한 기업과 기술을 추천하는 방식이어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 외에도 △적정한 사업규모 분석에 기반한 중장기 재정투자 계획 마련 △팁스 운영기관의 관리·감독 강화 △운영사는 창업기업 발굴과 투자성과 제고 등을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예산확대에 앞서 문제점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