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행정체제 개편 ‘특별법’…붙이거나 떼거나
부울경·전북·부산 특별법에 경기북도 분할법안도
21대 대전·인천 특별법 폐기, 재발의될 가능성도
행안부, 대구경북행정통합특별법 연내 발의 추진
입법조사처 “규모·역량 고려한 기능 재조정 먼저”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의 분리와 통합 움직임이 법안에 담겨 쏟아져 나오고 있다. ‘메가’를 앞세운 ‘특별한’ 통합을 시도하거나 특정 행정구역에 대한 ‘특별 대우’를 요구하기도 했다. 경기북도 분리는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과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되는 행정체제 개편에 앞서 각 시도별 특성에 맞춘 행정기능 재조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정성호 박정 김성원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경기북도 설치 법안 3개가 들어왔다. 고양시 구리시 남양주시 동두천시 양주시 의정부시 파주시 포천시 가평군 연천군 등 10개 시군을 경기도에서 분리해 경기북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안과 여기에 김포시까지 붙여 11개 시군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안이 제시됐다.
김정호 의원은 부산 울산 경남을 통합해 특별자치단체를 설립하는 방안을 특별법에 담아 제안했다. 부울경 메가시티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협력, 특례 등을 규정하고 있는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김두관 의원이 대표발의한 내용과 흡사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달 4일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만나 올해 말까지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달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특정 지역을 겨냥한 특별법안도 다수 발의됐다.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법은 충북도와 주변의 8개 시도, 27개 시군구를 포괄하고 있다.
여야 대치 상황에서도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손을 잡고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 특별법안’을 내놨다.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조경태 의원과 전봉민 의원이 부산 해양특별시, 부산 글로벌허브도시를 위해 내놓은 특별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부산을 싱가포르·상하이와 같은 글로벌 허브도시로 육성시키고 남부권 혁신거점으로 조성하겠다는 게 취지다. 각종 특구 지정과 특례 조항도 들어가 있다.
문금주 의원은 전남지역 의원들과 함께 ‘지방소멸위기 극복을 위한 전남특별자치도 특별법안’을 제안했다. 이 법안은 전남의 실질적 자치권과 독자적인 지역 발전 정책 추진을 보장받도록 하는 내용이 126개 특례조항과 함께 들어가 있다.
21대에 인천 글로벌경제거점도시 조성 특별법과 대전광역시를 대전특별자치시로 설치하는 특별법안을 내놓았던 김교흥 의원과 조승래 의원이 재선에 성공한 만큼 임기가 끝나면서 폐기된 법안을 재발의할 가능성이 높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급부상했던 김포 구리 하남의 서울편입과 관련한 ‘경기도와 서울특별시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 역시 다시 발의될 수 있다.
입법조사처는 1995년 중앙정부 주도의 기초자치단체의 행정구역 개편을 시작으로 한 3여(여수시 여천시 여천군)를 통합한 통합 여수시 설치, 마산시 창원시 진해시를 합한 통합창원시 출범, 청주시와 청원군 통합, 대구광역시의 경북 군위군 편입, 인천광역시의 제물포구 영종구 검단구 설치 계획 등을 설명하면서 “광역자치단체간의 행정통합은 아직까지 없었다”고 했다. 다만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의 경우 별도의 기초지자체를 두지 않는 단일 광역자치체제로 만들었고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의 경우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동안 기초단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주민편의, 행정효율성 제고 등을 사유로 행정구역을 통합했지만 최근 들어 광역단위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경쟁력 강화,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개편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입법조사처 하혜영 행정안전팀장(행정학 박사)은 21대 국회에서 조경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시도 통합 및 관할구역 변경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같은 광역자치단체 개편의 법적 근거와 절차 등 상세규정이 필요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합리적 절차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행정계층, 행정구역 조정에 앞서 중앙정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간 행정기능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의 규모와 자치역량을 고려한 역량과 기능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 자문위’를 설치하고 올해 안에 개편 권고안을 만들기로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