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감리기록, 법원 보낼 수 있다”
사건기록 송부, 비밀의무 적용 제외
정준호 의원, 외부감사법 개정안 발의
회계사회 반대로 21대 국회서 무산
금융위나 금감원에서 조사한 분식회계 등 사건 기록을 법원에 보낼 수 있는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그동안 법원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조사한 분식회계 사건 기록을 요구하더라도 비밀엄수 의무조항 탓에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사건을 정확하게 판단해 판결을 내리는 데 장애가 됐다. 21대 국회에서는 공인회계사회의 반대로 법사위에서 ‘사건기록 송부의 비밀의무 적용 제외’ 부분이 삭제된 채 통과돼 ‘알맹이’가 빠졌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이후 재발의됐지만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26일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광주 북구갑, 사진)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법원의 요구에 따라 분식회계 관련 사건의 기록을 법원에 송부하는 행위를 비밀엄수의 의무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담긴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외감법에서는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이나 금융감독원의 직원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부당한 목적을 위하여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 탓에 감사보고서에 중요사항을 적지 않거나 거짓으로 적어 손해를 본 당사자가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회계사 등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법원이 증선위와 감독원의 감사보고서에 대한 감리자료 등 사건과 관련한 자료나 기록을 확인하기 어렵다. 증선위와 금감원이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직무상 비밀엄수 의무 등을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에서 지난 21대에 내놓은 검토보고서에서는 “증선위가 사건 기록을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을 위반하는 것인지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며, 이러한 해석상의 논란은 증선위의 사건 기록 송부를 위축시켜 사건 기록 요구 제도의 실효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면서 “이 개정안은 증선위가 사건 기록 송부가 직무상 비밀엄수 위반에 해당하지 않음을 명확히 해 해석상의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입법취지와 공무원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직무집행의 일환으로 전달한 경우 형법에 따른 비밀 누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본 대법원의 판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증선위의 사건 기록 송부 행위를 비밀엄수 의무 위반으로 보는 것은 다소 무리한 해석으로 볼 수도 있다”며 “증선위가 비밀엄수 위반의 가능성으로 인하여 법원의 사건 기록 요구에 따르지 않을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정안은 두 조항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규정하여 사건 기록 송부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투자자를 두텁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 의원은 “증선위가 법원 요구에 따라 법원에 사건 기록을 송부하는 행위가 비밀엄수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해 손해배상소송의 원고가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고 피해자들을 두텁게 보호하려고 했다”고 했다.
21대 국회에서 금융위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찬성했지만 공인회계사회의 강력한 반발로 빠진 ‘사건기록 송부’의 실효성 있는 규정이 지켜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국회 법사위에서는 상임위에서 통과된 이 조항이 결국 빠졌다. 체계 자구심사 과정에서 한국공인회계사회 이병래 대외협력부회장의 강력한 반대입장이 수용됐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개정안 시행 시 행정기관인 증선위에 대해서 감사인 회사(회계법인)의 행정소송 내지는 이의신청이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이 예상이 되고 향후 이럴 경우에 감사인의 경우에는 경과실의 경우에 사소한 징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증선위의 소모적인 업무가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감리자료가 공개될 경우에 법원의 재판이라든지 증선위 업무의 독립성이나 여러 가지 공정성 문제도 우려가 되기 때문에 입법 취지와 별개로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