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박지빈 가톨릭대 바이오메디컬화학공학과(서울 상암고)
궁금한 건 못 넘어가! 면접에서도 빛난 끈질긴 탐구력
시험 공부할 시간을 쪼개 탐구 보고서를 썼다. 때때로 조급함과 의구심도 들었지만 대충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매번 정성껏 작성했다. 그렇게 3년을 투자했더니 글쓰기와 말하기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 오랜 시간 고민해 주제를 찾고 여러 논문을 읽으며 대본까지 준비해 발표한 덕분이었다. 기세를 몰아 면접전형으로 지원했고 끝내 합격증을 받았다.
화학·생명과학·공학 좋아하는 내게 어울릴 학과 찾기
화학·생명과학·공학에 모두 관심이 있었던 지빈씨는 최종 진로를 두고 고민했다. 대입에 지원할 무렵 우연히 검색을 통해 바이오메디컬화학공학과를 찾았다. 바이오와 화학 소재, 제약 분야에 특화된 화학 공학 지식과 연구 능력을 기를 수 있어서 안성맞춤이었다. 생명과학부 동아리에서 그람 염색 실험을 했고, 수학과학융합탐구반 동아리에선 조건부 확률을 이용해 코로나19 진단 키트의 오진에 대해 계산하고 ‘SIR 모형을 이용한 전염병 모형 예측 연구’를 했으며, <화학Ⅱ>에서는 초분자인 ‘쿠커비투릴’에 대한 보고서를 쓰는 등 화학·생명과학·수학에서 다양하게 쌓은 경험이 잘 맞아떨어졌다.
“그람 염색은 세균 염색법 중 하나로 그람양성세균과 그람음성세균, 두 가지로 분류할 때 사용하는 염색 방법이에요. 원인균을 추측하고 항생제를 선택할 때 지표가 되기 때문에 모든 세균에 사용하는 중요한 염색법입니다. 동아리에서 개인 프로젝트로 실험했는데 시행착오를 거쳐 세 번째 도전에서 성공했어요. 실패 이유를 살폈는데 세균 배양기에 오래 둔 점, 에탄올 처리 과정에서 시간이 길었던 점이 문제였어요.”
확률과 초분자 화학으로 질병 진단·치료 톺아보기
일상에서 궁금한 점이 생기면 탐구 주제로 활용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진단 키트의 오류를 경험하면서 <확률과 통계>에서 배운 ‘조건부 확률’을 이용해 오진율을 계산해보기로 했다.
“실제로 감염됐는데 진단 키트에서 음성 판정이 나오면 적절한 격리와 치료가 힘들죠. 반대로 실제로 감염되지 않았는데 진단 키트에서 양성이 나오면 불필요한 격리와 치료로 예산과 인적 자원이 낭비될 수 있고요. 오진율을 계산해보니 감염병에 대처할 때는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코로나 확진자 동선에 관한 뉴스를 접하면서 전염병 추세 그래프는 어떻게 구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전염병 추세 그래프는 대부분 SIR모델 변형이더라고요. ‘SIR 모형을 이용한 전염병 모형 예측 연구’를 주제로 탐구해보기로 했죠. 우선 관련 논문을 읽어보고 미분을 이용해 수학적 모델링을 구조화하고 그래프를 그리며 코로나19에 대입해 적용시켰습니다. 취약자(S), 감염자(I), 회복자(R)의 시간에 따른 비율을 수학적으로 표현하고, 세 집단의 시간에 따른 변화율을 추정해 수학적 모델링을 구조화하고 각 수식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지빈씨는 <화학Ⅱ> 수업에서 간략하게 다룬 초분자 화학에 대해서도 더 알아보고 싶었다. 초분자는 수소 결합, 분산력 같은 분자 간 상호작용으로 형성된 분자 복합체를 뜻한다. 결합력이 강한 공유 결합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매우 약한 비(非)공유 결합이며, 주변 환경에 따라 구조가 쉽게 변할 수 있고 물질의 모양을 임의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작은 분자의 상호 작용으로 형성된 초분자가 마치 그릇처럼 다른 분자를 받을 수 있다는 ‘주인-손님 복합체’에 흥미를 느꼈어요. 가장 각광받는 초분자인 ‘쿠커비투릴’은 질병 분석과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더라고요. 쿠커비투릴이 포함된 주인-손님 복합체가 속이 빈 미세소관을 만들면서 이를 기반으로 신소재 개발도 가능하고, 미끼 물질을 통해 특정 단백질을 얻는 ‘단백질 낚시법’으로 질병 치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조사했어요.”
탐구 활동으로 다진 실력, 면접 자신감 UP
이렇게 열심히 탐구 활동에 열중했지만 한편으론 학교 성적이 만족할 만큼 나오지 않아 고민이 깊었다. 비교과 활동에 몰입하는 대신 3등급이 많은 주요 과목의 성적을 더 올려야 할지 갈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준비한 과정이 아까워서 끝까지 수행평가와 탐구 활동에 최선을 다했다. 오히려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해 탐구 활동에 더 몰두했다.
논문을 여러 편 읽으면서 중복되는 키워드를 찾았고 실마리를 찾아 보고서를 작성했다. 처음엔 버거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논문 읽기는 수월해졌고 학생부는 차별화됐다. 다만 고3 때는 외로웠다. 정시를 준비하는 대다수의 친구들 앞에서 탐구 활동 보고서를 발표할 땐 혼자서 떠들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다른 과목 시간에도 화학·생명과학과 연계된 내용을 발표했다. 처음에는 대본 없이 발표했는데 내용이 어렵다 보니 생각보다 전달이 쉽지 않았다. 그때부터 발표 대본을 만들고 논문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땐 유튜브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스스로 내용을 확실히 숙지해야 쉽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듣는 사람을 고려한 발표에 익숙해지니 면접에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보통 서류전형이 면접을 포함한 전형보다 경쟁률이 높고 내신 합격선도 더 높아서 면접에 강점이 있다면 확실히 유리해요.”
덕분에 대학 입학 후엔 공부가 수월했다. 논문을 읽으면서 고교 수준 이상의 내용을 접하다 보니 대학 1학년 때 <일반화학>, <일반생물학> 수업을 예습한 것처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논문은 최신 연구 동향을 다루고 있어서 수업 중 교수님이 들려주는 얘기에 논문에서 접했던 내용이 많아 신기했어요. 학과 공부를 하면서 논문 읽기와 탐구 보고서 작성에 몰두했던 고교 생활의 노력을 보상받는 것 같아요. 탐구 보고서를 쓰고 발표할 때도 큰 어려움이 없고요. 결국 내가 고수한 방법이 나한테 맞는 방향이더라고요. (웃음)”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