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김완기 29대 특허청장님께
29대 특허청장 부임을 축하드립니다.
“지금은 기술이 곧 경제이자 안보로 직결되는 시대다. 지식재산이 기술패권경쟁시대의 창과 방패로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청장님 부임사의 앞부분입니다. 진심으로 공감합니다. 말씀처럼 한국경제가 도약하려면 산업과 과학·기술 중심으로 혁신을 통한 역동적 성장을 이뤄내야 합니다.
그래서 취임사에서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경제안보 확립’을 강조했다고 생각합니다. 핵심기술에 대한 촘촘한 보호망을 구축해 우리의 기술경쟁력을 지키고 국부유출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이유이기도 하구요.
청장님의 지식재산 보호 의지를 믿고 감히 부탁드릴까 합니다. 21대 국회 때 발의됐다 폐기된 지식재산보호 관련 법 제정에 혼신의 힘을 다해 주십사하는 겁니다.
제21대 국회가 마무리되며 폐기법안은 모두 75건입니다. 이 가운데 △한국형 증거수집제도(특허법)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변리사법)는 청장님이 강조하신 ‘한국경제 역동성 회복’에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증거수집제도는 특허소송에서 침해자가 보유한 증거를 특허권자가 용이하게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스타트업 벤처기업 기술혁신기업 과학기술계 등이 모두 찬성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도 기술유출 피해경험이 있는 업체 10곳 중 7곳이 정부에 바라는 정책으로 ‘기술탈취 피해사실 입증 지원’(70.6%)을 압도적으로 꼽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제도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청장님의 친정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좌절됐습니다. 변호사단체만 빼고 산업계 벤처업계 과학기술계 등 모두 지지했는데도 말입니다.
현행법상 특허침해소송은 변호사만 소송을 대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변호사와 변리사를 모두 보유한 대형로펌이 아니면 소송 대응이 어렵습니다. 특허침해소송은 고도의 기술과 특허 전문성을 요구해 소송기간이 길고 비용부담이 매우 큽니다. 이런 이유로 중소벤처기업 대부분이 소송을 포기합니다.
이 두 제도의 공통점은 극히 일부 이익단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찬성했는데 법제화에 실패했다는 겁니다. 특히 두 제도는 산업생태계를 공고히 하는 기반이어서 아쉬움이 큽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TSMC가 삼성전자를 압도하는 경쟁력의 근원으로 ‘생태계’를 꼽습니다. 생태계는 상생을 기반으로 합니다. 기업들이 기술유출 걱정없이 마음껏 혁신할 수 있는 장(場)을 열어줘야 합니다. 증거수집제도와 변리사 공동대리 도입은 장의 울타리입니다. 청장님의 발걸음을 기대하며 응원하겠습니다.
김형수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