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산하기관장 교체 폭 커지나
서울시 17개 기관장 올 하반기 임기만료
반환점 돈 오세훈 4기, 분위기 쇄신 예고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기관장 임기 만료 시점이 올 하반기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환점을 돈 오세훈 4기 서울시는 분위기 쇄신을 위한 대대적 물갈이에 나설 분위기다.
27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 기관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공사가 주축인 투자기관과 서울연구원 신용보증재단 등 출연기관이다. 지방공기업에 해당하는 투자기관이 6곳, 출연기관이 18곳이다.
평소라면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장 인사가 도마에 오른 것은 공교롭게 대다수 기관장 임기가 올 하반기에 만료되면서다. 70%가 넘는 기관장들의 임기가 끝나다보니 자연스레 시 안팎이 술렁거리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오 시장은 임기 반환점을 돌았고 그간 펼친 사업들의 성과를 관리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며 “이 같은 일들을 잘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갈이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또다른 이유는 최근 올라간 오 시장의 몸값과도 관련이 있다. 서울시 산하기관장은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 또는 시장의 철학을 뒷받침할 참모 그룹 등 크게 두축으로 나뉘는데 보궐선거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 시장에게는 인재 풀을 가동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시 안팎에선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선에서 강성 지지층 중심의 선거 운동을 펼쳤던 여당이 참패한 뒤 중도층 소구력이 강한 오 시장의 몸값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권 관계자는 “전에는 사람을 모셔왔다면 이제는 골라 쓸 수 있는 상황이 된것”이라며 “오 시장 입장에서 임기 후반기 레이스를 함께할 사람들을 찾는데 있어서 선택지가 넓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라인업’ 강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 시장은 지난 2월 오 균 전 국무조정실 1차장을 서울연구원장에 앉혔다. 무게감과 정책 및 연구 조정능력 등에서 업그레이드를 시도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오 시장은 또 지난 1월 자신을 도와 서울시 정책 전반을 총괄할 정책특보로 박형수 전 통계청장을 임명했다. 박 특보는 통계청장뿐 아니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거시 경제 및 조세, 행정분야 전문가다. 특보 임명 전 서울연구원장을 맡아 오 시장과 한차례 호흡을 맞춰본 경험도 있다.
주요 참모진에 변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인적 쇄신 분위기가 커질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보탠다. 오 시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강철원 정무부시장이 오는 6월 말 사퇴를 앞두고 있다. 외곽에서 오 시장을 도울 것으로 전망되지만 강 부시장의 공백은 어떤 형태로든 내부 변화를 동반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시장 주변 인사들의 관측이다.
물론 모든 기관이 교체 대상은 아니다. 일부 기관장은 교체 바람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기관장들의 대대적 교체를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조직 내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싶은 것은 어느 시장이나 마찬가지”라며 “다만 무조건적인 교체나 설득력 없는 인사는 조직 불안정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합리적 조직평가, 오 시장 남은 임기 시정기조 등에 근거해 리더십 재구축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장은 서울시의회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다만 기관 수가 24곳으로 많은데다 지나친 인사 청문 절차가 가져올 부작용 등을 고려해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곳은 공사와 투자기관으로 제한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산하 기관은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설공단을 비롯해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에너지공사 서울물재생시설공단까지 총 6곳이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