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값 인상, 극장 담합 조사해달라”…3년간 25% 인상
시민단체, CGV·롯데·메가박스 담합신고
2020~2022년 영화표 가격 일제히 올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담합해 가격을 인상했다는 신고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영화관 3사 티켓 가격은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올랐다. 영화관마다 극장 수·영업이익·임대료 등이 다른 상황에서 가격을 동일하게 인상해 담합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관들이 참여한 단체인 한국상영발전협회는 담합 혐의를 부인했다.
27일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이들 단체는 전날 서울 용산구 CGV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관 3사가 티켓 가격을 담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영화관 3사는 코로나19 이후 주말 기준 1만2000원인 티켓 가격을 3차례 인상했고, 현재 티켓 가격은 25% 증가한 1만5000원이다.
이들 단체는 티켓 가격 인상률이 2020~2022년 평균 물가상승률(3.2%)보다 높다면서 “극장수, 임대료 비용, 인건비, 영업수익 등이 천차만별인데 1위 사업자인 CGV가 가격을 인상하면 한두 달 사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동일하게 가격을 올리는 담합행위를 3차례나 저지른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또 “티켓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낀 관객들이 영화관람 횟수를 줄이면서 오히려 관객수 회복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고 1위 사업자인 CGV가 흑자로 전환된 만큼 티켓 가격을 코로나19 이전으로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에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를 티켓 가격 담합·폭리 혐의로 신고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하영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운영위원은 티켓 가격 인상으로 관람객이 줄면서 300만~400만 관객을 기록하는 ‘중박 영화’가 사라몄다면서 “영화관 3사가 돈이 되는 영화를 중심으로 황금시간대를 도배해 관객 선택권이 줄고, 영화계는 영화 제작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또 이들 단체는 영화관이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와 수익을 정산하는 기준인 ‘객단가’(1인당 평균 관람요금)가 불투명하고, 영화관이 통신사·카드사 제휴할인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운영위원은 “영화 ‘파묘’의 경우 티켓값 상승에도 객단가가 떨어졌다”며 “객단가 정상화, 통신사·카드사 할인 비용 떠넘기기가 해결돼야 영화계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상영발전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담합 혐의를 부인했다. 협회는 “가격 결정은 철저히 각 사업자의 경영 판단 하에 진행된다”며 “영화 티켓 값이 유사한 것은 극장의 운영 형태, 판매하는 상품, 임대료나 인건비 등 손익에 반영되는 제반 비용구조 등이 유사한 사업적 특성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