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형은행, 바젤III에 더욱 반발할듯
스트레스 테스트 무용론도
은행들의 필요자본요건은 뜨거운 감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해 7월 10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대형은행들의 보통주 자기자본(CET1)을 평균 16% 인상하는 안을 마련했다. 은행재무건전성을 규제해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자는 취지다. 이른바 ‘바젤III 최종안’으로 불린다.
은행들은 초안이 공개된 이후 이에 강력 반발해왔다.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이 위축되면서 미국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연준 제롬 파월 의장도 한발 물러섰다. 올해 초 파월 의장은 “규제초안에서 광범위하고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젤III 협의기구인 연준과 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은 당초 자기자본 16% 인상안을 5% 인상안으로 대폭 완화해 논의중이다. 블룸버그는 “3개 기관은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올해 11월 대선 전에 합의안을 내놓을지도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연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31개 대형은행 모두가 부정적 시나리오를 버틸 충분한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은행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은행감독 책임자인 연준 마이클 바 부의장은 26일(현지시각) 성명서에서 “신용카드 연체율 증가, 기업대출 위험도 증가, 은행의 고비용 저수수료 환경 등 3가지 요소로 올해 은행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며 “은행들의 자기자본이 더 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선 스트레스 테스트 무용론도 제기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마다 실시된 테스트를 대부분의 은행들이 통과하지만, 은행들의 위기를 막는 데는 불충분했다는 것.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로펌 ‘메이어 브라운’의 파트너변호사 매튜 비잔츠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자기자본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상황을 오독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3월 단 한달 만에 실리콘밸리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시그니처은행 3곳이 무너졌다”며 “하지만 31개 은행 전부가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했다. 테스트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