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멈춰 섰다
여당측 위원 6명 “전원위 거부”
인권위노조·인권단체, 규탄
각종 내부 문제로 진통을 거듭하던 국가인권위원회가 사실상 멈춰 섰다. 여당측이 추천한 위원들이 인권위 최고의결 절차인 전원위원회 참석을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은 26일 오전 인권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두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방식에 항의해 전원위 출석을 거부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밝혔다.
이들과 함께 하는 인권위원은 비상임인 한석훈 김종민 이한별 강정혜 위원 등이다. 인권위는 제적위원이 11명이기 때문에 과반이 넘는 6명의 전윈위 출석거부는 전원위가 열리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6명의 인권위원은 “송 위원장으로부터 ‘소위원회 의결정족수 안건’을 전원위 개의 즉시 표결에 부쳐 의결하겠다는 신뢰할 수 있는 확약을 받아야만 전원위에 출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위원회 의결정족수 안건 문제는 인권위법 제13조 2항 해석을 둘러싸고 생긴 갈등을 말한다. 해당 조항에는 ‘상임위원회 및 소위원회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내용이다. 전원위 출석을 거부한 인권위원들은 소위원회에서 정족수를 충족시키지 못한 안건은 기각 또는 각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에 산적한 진정사건이 많은 터라 의사결정을 빨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8월 인권위 침해구제1소위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가 제기한 ‘경찰의 수요시위 방해에 대한 부작위’ 진정 사건을 기각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수요시위 현장에서 위안부 피해자들과 시위 참여자들에 대한 혐오와 공격을 막아달라는 진정인데 소위는 이를 기각했다. 소위에서는 인용과 기각 결정이 엇갈렸는데 소위원장인 김용원 상임위원은 1명만 기각 의견을 내도 유효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동안 인권위는 소위에서 만장일치로 기각 또는 각하가 아닌 경우 전원위에 상정하곤 했다. 한명의 위원이라도 인용한다면 사회적 약자들의 호소를 전원위에서 논의하자는 취지에서다.
인권위 공무원 노동조합은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상임위원들의 전원위 불참 결정을 비판했다.
노조는 “인권위는 형식적 법리 해석에 매몰돼 제대로 된 숙의 없이 단순히 숫자로 의결하는 곳이 아니다”며 “지금 인권위원에게 필요한 것은 회의 보이콧이 아닌 본인의 역할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공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인권위가 인권기구로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에 가장 큰 책임을 지닌 이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일방적 주장을 내세우며 인권위를 마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