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기회복?…생산·소비·투자 동반감소
10개월 만에 3대 경기지표 모두 줄었다
정부는 “수출 호조, 내수 회복 확대 진행중”
중소기업인 12%만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
경기지표가 정부 전망과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 5월 생산은 0.7%, 소비는 0.2%, 투자는 4.1% 전월 대비 모두 감소했다. 생산·소비·투자가 동시에 감소하는 ‘트리플 감소’는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정부는 하반기에는 경기회복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해 경기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6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수출은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하는 실적 회복이 예상되고 물가 상승률도 2%대에 안착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과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기상황을 평가했다.
◆뜻밖의 3대지표 동반감소 =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 5월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3.1(2020=100)로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은 지난 4월 전월 대비 증가(1.2%) 전환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1.2% 감소했고, 이 중 제조업은 1.1% 줄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2차전지 수요 감소로 전기장비 생산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건설업 생산은 전월 대비 4.6%, 서비스업은 0.5% 각각 감소했다. 다만 공공행정은 2.2% 생산이 늘었다.
◆경기전망지표도 하락 = 소비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5월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01.4(2020=100)로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소매판매 감소는 지난 4월(-0.8%) 이후 두 달 연속 진행 중이다. 내구재는 승용차, 가구, 통신기기·컴퓨터 등 소비가 늘어 전월 대비 0.1% 증가했고, 비내구재 역시 음식료품, 의약품, 서적·문구 소비 증가세에 힘입어 0.7% 늘었다. 그러나 의복, 신발·가방, 오락·취미·경기용품 등 준내구재(-2.9%)가 감소하면서 전체 감소가 나타났다.
지난달 설비투자는 기타운송장비 등 운송장비(-12.3%) 및 정밀기기 등 기계류(-1.0%)에서 투자가 모두 줄어 전월 대비 4.1% 감소했다. 설비투자 감소는 지난 3월(-6.2%) 이후 세 달 동안 이어지고 있다. 건설기성(불변)은 건축(-5.7%) 및 토목(-1.1%)에서 공사 실적이 모두 줄어 전월 대비 4.6% 줄었다.
한편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8.8로 전월 대비 0.6포인트(p) 낮아졌다. 지난 2020년 5월 1p 하락한 이후 4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100.5로 0.1p 하락했다.
◆정부는 “회복흐름 변화 없다”지만 = 5월의 ‘트리플 감소’에도 정부는 “경기회복 흐름은 변화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5월 산업활동은 주요 지표들이 월별 변동성 차원에서 전월 개선(+1.2%)에 따른 조정을 받은 것”이라며 “견조한 수출 호조세로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기조는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하반기 현장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산업연구원의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조사’ 결과를 보면 7월 제조업 전망 서베이 지수(PSI)는 114로 전달보다 4p 하락했다. 내수(102)도 전월에 이어 7p 추가 하락했고, 수출은 전월보다 6p 줄어든 119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생산수준도 6월(117)보다 3p 하락했고 투자액·채산성도 4p씩 떨어졌다. 내수와 수출, 생산, 투자 전망 모두 밝지 않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 경영환경은 더 어렵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공개한 ‘2024년 하반기 경기전망 조사’를 보면 하반기 경기전망 호전을 예상한 중소기업은 12.0%에 머물렀다. 하반기 애로 요인(복수 응답)은 원자재 가격 상승(40.8%)을 가장 많아 꼽손았다. 그다음으로는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40.8%)에 대한 우려가 컸다. 내수경제 예상 회복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올해 회복’을 예상한 기업은 8.8%에 불과했다. ‘2026년 이후’는 절반 이상(54.8%)을 차지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