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600억달러 넘게 쏟아부었는데도 161엔 초엔저 가속
닛케이 “개입효과 사라져, 정부가 엔저 조장”
“미국 환율관찰국 지정으로 시장개입 난관”
한국도 꾸준히 외환시장에 개입, 효과는 의문
일본이 치솟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내다 팔고 있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재무부가 일본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하면서 당국의 시장개입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엔저는 더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지난해 이후 상당한 규모의 달러를 시장에서 매도했지만 환율은 계속 오르고 있다.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27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60.80엔까지 올라 3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전날 기록을 하루만에 갈아치운 것으로 엔저가 더 가속화하는 흐름이다. 일본 언론은 28일 일제히 거침없는 엔저에 우려를 드러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당국의 시장개입 효과가 사라졌다”면서 “정부가 조장하고, 일본은행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시다 정권이 내건 정책은 엔저를 방어하기는 커녕 더 조장하는 정책”이라며 “물가를 안정시킨다면서 전기와 가스요금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연장하는 조치는 에너지 수입을 더 늘려 달러 수요만 커진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엔저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외국에서 엔화에 대한 수요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21일 각료회의에서 결정한 경제 및 재정운용방침에서는 엔저를 시정하기 위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은행이 적극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엔저를 방어하기도 쉽지 않은 양상이다. 우에노 야스나리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와 일본은행이 임금인상과 물가의 선순환이 확인되기 전까지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못박은 것으로 비춰진다”고 지적했다. 오야마 겐타로 도이치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자민당이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2012년 총선거에서 대승한 기억때문인지 탈디플레를 지나치게 고집하면서 눈앞의 대책만 중시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7월 금융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후퇴하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축소가 멀어지는 만큼 엔화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는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도 이날 최근 미국 재무부가 일본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한 것과 관련 “시장에서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어렵게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러한 여건이 엔저를 더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일본은 올해 4월과 5월에 걸쳐 9조7000억엔 규모의 달러를 시장에서 내다 팔았다. 당시 달러당 155엔 안팎의 환율을 고려하면 총액 625억달러 규모를 매도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행은 비슷한 규모의 미국 국채를 매각해 달러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도 지난해 이후 막대한 규모의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내다 팔고 있지만 환율 안정화 효과는 오래가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안정화를 위한 외환순거래액은 1년 동안 96억달러 규모가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116억달러 규모가 순유출됐지만 4분기에는 20억달러 가량 순유입됐다.
한은은 올해 4월과 5월에도 시장안정화를 위해 달러를 시장에서 매도했다. 한은이 아직 올해 상반기 외환순거래액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공개했다. 다만 한국은 최근 미국 재무부가 2년 연속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지 않아 일본과 달랐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