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중국 원자재 기업들 타격
1~5월 정유업 이익 -178%
전체 제조업 이익은 3.4%
구경제에 뿌리를 둔 중국의 원자재 생산업체들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전체 제조업 기업들은 플러스 성장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지만 원유 가공, 석탄 채굴, 철강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27일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인용해 올해 1~5월 정유 회사들은 전년 동기 대비 이익이 178% 감소했으며 석탄 회사들은 32%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간 전체 산업 이익이 3.4%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블룸버그는 원유 가공, 석탄 채굴, 철강은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적자를 기록한 몇 안 되는 부문이라고 논평했다.
세 부문 모두 소비가 최고조에 달했거나 둔화되고 있고, 원자재 중심의 중국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에 비해 생산능력이 너무 높아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생산자물가 하락과 중국 정부의 탄소 배출량 감축 추진도 이 기업들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대 탄소 배출국 중국의 ‘탄소제로’ 정책 선회는 이 부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의 영향도 있지만 수십년 동안 지속돼온 중국의 석유 가공 붐은 올해 정체되거나 역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던 2022년을 제외하고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석유 생산량이 감소했다. 중국 정부는 성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2025년까지 정유업체에 연간 10억톤의 생산량 상한을 부과할 예정이다.
석탄 채굴업체들은 최근 몇년간 벌어진 대규모 정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가격을 떨어뜨리면서 피해를 입었다.
여름철 수요 성수기를 맞이한 가운데 석탄 생산은 이미 과잉 상태다. 이 업체들의 앞으로의 전망은 더 우울한 상황이다. 시진핑 주석의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석탄 소비는 2025년에 정점을 찍고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회사들도 역사적으로 가장 큰 소비원이었던 주택 시장의 장기적인 침체로 타격을 받고 있으며 이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UBS 그룹 AG는 최근 보고서에서 “5월 생산량이 회복됐지만 조강 수출이 높고 재고가 늘어나고 철강 마진이 압박을 받는 가운데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배출량과 연계된 연간 생산량 제한을 시행하면 철강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업 축소 경쟁을 벌이는 철강업체들에게는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이다.
한편 이날 발표된 중국 공업(제조업) 기업들의 5월까지 이익은 작년 대비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월 규모 이상(연간 매출액 2000만위안 이상) 공업 기업의 이익은 2조7543억8000만위안(약 527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늘었다.
산업 부문별로 보면 1~5월 광업 이익은 전년 대비 16.2% 감소한 524억2000만위안(약 96조원)을, 제조업은 6.3% 증가한 1조9285억7000만위안(약 369조원)을, 전력 생산·공급업은 29.5% 증가한 3233억6000만위안(약 62조원)을 각각 기록했다.
1~5월 비철금속 제련·압연·가공업 이익은 80.6% 늘었고, 컴퓨터·통신·전자설비제조업(+56.8%), 방직업(+23.2%), 자동차제조업(+17.9%), 석유·천연가스개발업(+5.3%)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화학원료·화학제품제조업(-2.7%), 전기기계·장비제조업(-6.0%), 특수장비제조업(-8.8%) 등은 이익이 감소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