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빅3’ 영남 총출동…전대 판세 좌우할 영남의 선택은
28일 나경원은 대구, 원희룡은 경남, 한동훈은 부산 방문
당원 40% 분포 영향력 절대적 … 윤 대통령 지지도 ‘부진’
“나, 보수 지킴이” “원, 대통령 측근” “한, 재집권 기대”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의 ‘빅3’로 불리는 나경원·원희룡·한동훈 후보가 28일 동시에 영남을 찾는다. 전대 초반 경쟁적으로 영남 곳곳을 누비는 모습이다. 당원 40%가 분포한 영남에서 기선을 제압해야 당권을 쥘 수 있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전대 판세를 좌우하는 영남의 선택을 누구일까. ‘빅3’의 계산법은 제각각이다.
28일 국민의힘 전대 후보들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영남에 동시 출격한다. 영남에서 승부수를 던지는 모습이다.
나 후보는 홍준표 대구시장 면담(21일)→경북 당원협의회 방문(22일)→박완수 경남지사·박형준 부산시장 면담(26일)을 한 데 이어 28일 대구 일대를 누비면서 당원들을 만난다. 이날 하루 동안만 대구 지역 7곳의 당원협의회를 찾는다.
원 후보는 지난 25일 첫 지역 일정으로 경북 지역 당원들을 만나고, 이철우 경북지사를 면담했다. 원 후보는 “영남의 양아들로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26일에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났고 대구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27일에는 박형준 부산시장을 면담한 뒤 부산 당원들을 만났다. 원 후보는 28일 나흘째 영남 투어를 계속한다. 이날 박완수 경남지사를 만난 뒤 경남 곳곳을 돌면서 당원들을 접촉한다.
한 후보도 영남 공들이기에 분주하다. 26일 대구·경북 출신 당 보좌진 모임에 얼굴을 비쳤던 한 후보는 27일 대구 지역 당원들을 만났다. 28일에는 박형준 부산시장을 면담하고 8곳의 부산 당원협의회를 찾는다. 다만 한 후보는 홍 대구시장과 이 경북지사 면담이 불발되면서 ‘영남 표심’ 잡기가 만만치 않음을 실감하는 모습이다.
영남권은 전체 당원의 39.67%(지난해 3.8 전당대회 기준)가 분포한다. 인구가 훨씬 많은 수도권(37.79%)보다 비중이 높다. 영남권 당원들은 투표율도 높은 성향을 보여 왔기 때문에 판세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높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 지난 2021년 전대에서 이준석 대표가 탄생하는 데도 영남권 지지가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30대·0선’인 이 대표는 보수성향인 영남권에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당원투표에서 37.41%를 얻어 중진인 나경원 후보(40.93%)에 버금가는 득표력을 보여줬다. 정권교체를 간절히 바라는 영남권 당원들이 ‘이준석’이란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치관심도가 높은 영남 당원들은 7.23 전대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까.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조사(24~26일, 전화면접,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26%에 머물렀다. 대구·경북에서도 41%에 그쳤다. 부정평가가 47%였다. 부산·울산·경남 지지도는 36%였다. 부정평가는 57%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이 영남권에서조차 압도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전대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후보 진영들은 영남권에서 제각각 선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한다. 나 후보는 지난 25일 “22년 간 당을 한 번도 안 떠났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당을 오랫동안 지켜왔던 ‘당 지킴이’ ‘보수 지킴이’임을 강조한 것. 영남권에서도 ‘나경원=보수 얼굴’로 인정하는 모습이다. 지난 2021년 전대에서 나 후보는 당원투표에서는 이준석 대표를 제칠 정도로, 강한 당원 지지세를 확인했다. 나 후보는 캠프 이름을 ‘재집권 캠프’로 지으면서 재집권에 앞장서겠다고 선포했지만, 역설적으로 영남 당원들의 재집권 요구와는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원 후보는 “윤석열정부 성공을 위한 대표”를 자처하면서 정권 실패를 걱정하는 영남 당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친윤 색채가 뚜렷한 원 후보를 지원하자는 당심이 커지고 있다는 게 원 후보측 분석이다. 다만 윤 대통령 지지도가 영남권에서조차 높지 않다는 건 부담되는 대목으로 꼽힌다. 영남권에서도 “윤 대통령을 돕기 위해 원 후보를 찍자”는 목소리가 아직까지는 대세로 형성되지 못한다는 우려다.
한 후보는 영남 당심의 재집권 요구에 가장 근접한 후보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한동훈을 통해 재집권하자”는 기류가 영남 당원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지지세가 넓어지고 있다는 게 한 후보측 설명이다. 한 후보 개인 팬덤도 영남권에는 상당히 존재한다는 전언이다. TK 의원은 27일 “여성당원들 사이에서는 한 후보에 대해 ‘묻지마 지지’를 보내는 팬덤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한 후보에게 ‘반윤’ 낙인은 분명 부담이다. 보수성향이 강한 영남 당원들 사이에서 “한 후보가 윤 대통령과 등 돌리면서 보수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잇따르는 게 사실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