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람들 - 해외입양인 친생 가족 찾기 지원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배냇’ 김유경 대표
“낯선 모국땅 한국에서 해외입양인들의 친구가 되어주려 합니다”
해마다 친생부모를 찾아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입양인들은 수천 명에 달하지만 이들 중 부모나 형제 등 친생 가족을 찾는 경우는 단 4%에 불과하다. 기록의 부재나 제도적 미비, 인식의 문제 등 해외입양인들이 친생 가족을 찾는 도정에는 적지 않은 장애물이 존재하지만, 낯선 모국땅 한국에서 이들을 도와줄 단체나 사람들은 태부족이다. 미국 거주 시절 우연히 알게 된 친구의 친생모를 찾아준 것이 계기가 돼 해외입양인들의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게 된 사회적협동조합 ‘배냇’ 대표 김유경 씨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미국인 친구의 친생모 찾기로 시작된 여정
사회적협동조합 ‘배냇’은 한국의 친생 가족을 찾고자 하는 해외입양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2018년에 설립된 시민단체다. 김유경 대표가 남편의 해외 근무로 미국에 거주하던 시절 우연히 알게 된 미국인 친구 쥴리가 해외입양인이었고, 그의 간절한 부탁으로 김 대표가 친생모 찾기에 나섰던 것이 계기가 됐다. 지자체 공무원과 관계 기관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대구에서 이미 고인이 된 쥴리의 어머니를 찾았고, 쥴리의 부탁으로 다른 입양인들의 부모찾기를 돕게 된 것이 배냇의 시작점이다.
일산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돼
김 대표는 일산 아이쿱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자원봉사로 영어 클래스를 운영한 적이 있는데, 당시 수강생들이 힘을 합쳐 ‘배냇’을 설립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배냇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명의 멤버 이탈 없이 해외입양인의 친생 가족 찾기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전국 각지의 뜻있는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합쳐 전국 단위 시민단체로 자리잡게 됐다.
가족 찾기는 흩어진 퍼즐 조각 찾아 맞추는 과정
해외입양인의 친생 가족 찾기 과정은 마치 흩어진 퍼즐 조각을 찾아 맞추는 과정과 같다고 한다. 비교적 기록이 잘 갖춰진 90년대와 달리, 70~80년대에 해외로 입양된 경우 기록의 부재와 오기재 등으로 인해 친생 가족찾기는 더욱 지난한 과정이 된다. 경찰서와 아동일시보호소, 보육시설, 지자체, 입양기관 등 각처에 흩어져 있는 기록을 찾아 발로 뛰어야 한다. 김 대표는 경찰청 출입 기자였던 경력을 살려 경찰청과 지자체 공무원, 언론 등의 도움으로 해외입양인들의 가족 찾기를 성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배냇은 해외입양인들로부터 ‘직접 발로 뛰어주는 사람들’이라는 신뢰를 얻게 됐다고 한다.
경찰과 공조해 해외로 입양된 실종아동 찾기도
2018년 쥴리의 친생모를 찾은 이야기가 방송을 타면서 김 대표는 대구지방경찰청 실종수사팀 박동환 형사에게서 실종 가족을 찾기 위한 수사 협조 요청을 받았다. 박 형사는 당시 실종 아동들이 보육시설을 통해 해외로 입양된 사례가 많았다는 점에 주목, 40년 전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노부부의 미제 사건을 해결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배냇은 해외입양인 네트워크를 통해 15분 만에 해외입양된 실종 아동을 특정할 수 있었고 그들의 가족 상봉을 도왔다. 또 2021년부터는 서울과 경기도로 활동 반경을 넓혀 마포경찰서, 영등포경찰서, 종로경찰서 실종수사팀과 공조해 5명의 가족을 상봉시키는 성과를 얻었다.
해외입양인과 실종아동 가족 위한 제도 개선 이뤄내
해외입양인들이 친생 가족을 찾고자 경찰청에 유전자 정보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직접 방문해야 했다. 이 방식이 해외입양인들의 유전자 정보 등록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 대표는 2018년 대구지방경찰청에 우편 방식의 유전자 정보 등록을 제안했고, 이는 경찰청의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실종 아동 가족의 유전자 정보를 해외 DNA 검사 기관에 등록할 수 있도록 경찰청이 매개해주는 제도를 제안해 유전자 검사 매칭 확률을 높이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통해 가족 찾기 위한 다리 역할
배냇은 친생부모를 찾는 해외입양인들과, 실종아동을 찾는 친생부모들을 위한 다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흩어져 있는 해외입양인들을 위해 페이스북을 통해 개별상담을 실시하고 인터뷰 시리즈를 유튜브에 게재해 고령의 친생부모들이 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잃어버린 자식을 찾고 있는 친생부모들의 이야기를 뉴스레터 ‘부쳐지지 않은 편지’ 시리즈로 제작, 페이스북에 게재해 해외입양인들이 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7년간 발로 뛰며 전문성과 활동 성과 인정받아
해외입양인들의 친생 가족 찾기를 돕기 위해 7년간 전국 각지로 발로 뛰며 활동한 결과 배냇은 해외입양인들뿐 아니라 관련 공공기관, 학계로부터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2022년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입양정보공개청구 등 입양인 가족찾기 업무 표준화 연구’에서 자문 활동을 수행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의 지원으로 해외입양인 초청 한국의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을 2019년과 2023년에 두 차례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보호출산제 시행을 앞두고 김유경 대표는 해외입양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국회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법적, 제도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보호출산제 시행으로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부모찾기 권리가 침해될 소지가 있다”라며 “이로 인해 미래에도 해외입양인들의 가슴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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