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돈거래 증빙없으면 ‘증여’
법원 “객관적 증빙 없어”
가족 사이라도 증빙 서류없이 돈을 주고받았다면 증여세 대상이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 노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2월 14일 임대업을 하는 자신의 누나 B씨에게 5000만 원을 빌려줬다. 이후 2주 뒤에 4900만원을 돌려받았다.
세무서는 A씨가 망인이 된 누나 B씨로부터 5000만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2022년 9월 증여세 635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A씨는 “받은 돈은 누나에게 대여한 돈을 변제받은 것이지 증여받은 돈이 아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여로 추정된다며 A씨 주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적지 않은 액수의 돈을 누나에게 현금으로 전달하면서 대여에 관한 계약서나 차용증, 영수증 등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전혀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누나라는 인적관계를 고려하더라도 일반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는 현금 4900만원을 계좌에 그대로 보관하다 2주도 되지 않아 A씨에게 지급했는데 A씨는 이 돈을 빌린 경위나 동기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A씨는 2018년 2월 당시 휴직 상태로 수중에 거액의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가 상가와 18가구가 입주한 건물을 소유하는 등 재산이 총 7억원에 달했던 점, 2019년 9월에는 또 다른 동생에게 5000만원을 입금한 점을 고려하면 A씨에게 금전을 증여할 만한 재산과 소득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