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상대로 회계법인 소송 제기…내달 선고결과에 촉각
상장사 외부감사 맡은 등록회계법인 ‘품질관리 감리’ 강화
중견·중소회계법인 “금융당국, 경영·인사에 과도한 개입”
판결 결과에 따라 금감원 감리 강화·제동 등 영향 미칠듯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의 감사품질관리에 대한 감리를 강화하면서 회계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달 예정된 법원의 선고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품질관리 감리에서 제재 조치를 받은 A회계법인은 취소소송과 감리결과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금융당국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결정하면서 일단 A회계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본격적인 심리를 진행했으며 지난 5월 변론을 종결했다.
1일 회계업계와 대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A회계법인이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권고 처분 등 취소소송에 대한 선고기일을 내달 22일로 정했다.
A회계법인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품질관리 감리에서 품질관리업무 담당이사가 61일간 부재했고, 법인 전체 수준의 인사관리 및 보상체계 관리 미흡 등 7개 부문에서 지적을 받았다. 그 결과 시정권고와 함께 지정점수에서 180점이 제외되는 제재조치가 부과됐다.
금융당국이 상장법인의 외부감사인을 직접 지정하는 ‘주기적 감사인지정제’를 시행하면서 회계법인들은 지정점수에 따라 외부감사를 맡게 될 기업을 배정받는다. 지정점수가 높을수록 더 많은 기업에 대한 감사를 할 수 있어서 지정점수는 곧 회계법인의 매출과 직결된다.
금융당국은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 품질관리체계가 미흡한 회계법인에 대해 지정점수를 차감하는 방식의 불이익을 주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022년 “통합 품질관리시스템의 구축이 미비하거나 실질적으로 운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감사인에 대해서는 최대 차기년도에 감사인 지정을 받지 못하는 수준까지 감사인 지정제외점수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계법인은 규모에 따라 그룹별로 나뉘고, 지정감사를 맡게 될 기업의 그룹군이 정해진다. A회계법인은 비교적 자산 규모가 작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정감사를 맡고 있어서 180점이 깎이면 전년 대비 최소 6개 회사의 지정을 받지 못하게 된다.
A회계법인은 당국의 조치가 과도하다며 최종 제재를 결정한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국은 ‘감사인 등록제도’ 시행 이후 상장법인 외부감사의 경우 일정 기준을 통과한 등록회계법인에 한해서만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등록회계법인에 대해서는 통합 품질관리시스템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외부감사 규정에는 등록회계법인들이 ‘품질관리의 효과성·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회계법인 내 인사, 수입·지출의 자금관리, 회계처리, 내부통제, 감사업무수임 및 품질관리 등 경영 전반의 통합관리를 위한 체계를 갖출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A회계법인을 비롯한 등록회계법인(대형 회계법인 제외)들은 “당국이 회계법인의 경영과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됐고 후보들은 당국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최운열 신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당선 직후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 만나겠다”며 회계업계의 우려를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 회장은 후보시절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의 목표는 감사 품질제고이지 인사, 노무 등 경영전반에 대한 지나친 경영지도는 아니라는 의견에 공감한다”며 “논리적이고 합리적 대화를 통해 정상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원도 A회계법인 사건에서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으며 선고를 통해 금감원의 감리가 타당한지, 과도한지 여부 등을 판단할 예정이다. 행정소송에서 A회계법인이 승소하면 금감원의 감리 방식에 제동이 걸릴 수 있으며 비슷한 취지로 제재를 받은 다른 회계법인의 줄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 반면 패소 판결이 나오면 금감원의 감리 강화에 법적 판단까지 더해져 강도 높은 감리가 진행될 전망이다.
등록회계법인들은 A회계법인이 1심에서 패소할 경우 항소심에서 적극적인 공동대응을 고려하고 있어서 금융당국과 회계법인의 법적 분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