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뒤덮은 ‘배신자론’…‘보수 분열’ 현실화될까

2024-07-01 13:00:38 게재

원희룡 “대통령과 차별화 선언” 한동훈 “뺄셈과 자해 정치”

친윤, 한동훈 겨냥 독설 … 한동훈캠프에 친윤 상당수 참여

“분열은 공멸, 피할 것” “미래권력, 현재권력 극복은 운명”

7.23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이 ‘배신자론’으로 들끓는 모습이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을 막으려는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가 윤 대통령을 배신했다”며 공격하고, 한 후보는 “뺄셈과 자해의 정치”라며 반박한다. 배신자론으로 번진 ‘윤-한 갈등’(윤석열-한동훈)이 실제 ‘보수 분열’로까지 치닫게 될까. 보수진영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질문에 답하는 원희룡 전 장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배신자론 놓고 연일 공방 = 지난 주말 내내 한 후보를 겨냥해 배신자론을 쏟아냈던 나·원·윤 후보는 공세를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원 후보는 1일 오전부터 SNS를 통해 배신자론을 거듭 제기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배신하지 않을 대상은 국민뿐이라는 말은 뒤집어 말하면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배신, 당에 대한 배신은 별 거 아니라는 것으로 들린다”며 “한 후보측의 발언은 대통령과 차별화하겠다는 선언이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이나 당을 위한 길이 아니라 개인의 정치적 야망을 위한 노골적 행보”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가 자신의 대권 행보를 위해 윤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것이다.

유엔기념공원 기념관 방문한 한동훈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28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기념관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한 후보도 곧장 반박했다. 한 후보는 “일부 후보들은 ‘공포 마케팅’에 여념이 없다. 그런 공포 마케팅은 구태이자 가스라이팅이고, 확장은커녕 있던 지지자들도 쫓아내는 뺄셈과 자해의 정치”라고 반박했다. 한 후보측은 “대표가 돼서 대통령 탄핵을 확실히 막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무슨 배신이냐”는 입장이다.

여권에서는 친윤과 친한의 거친 충돌을 보면서 “이미 분열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친윤 인사들은 한 후보를 겨냥한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전당대회가 끝나도 함께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동훈캠프의 면면을 ‘분열의 서막’으로 해석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동훈캠프 관계자는 “지지 의원이 3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상당수가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 시절 공천을 받은 초선의원이지만, 친윤으로 분류되던 의원도 적잖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소위 ‘나경원 연판장’에 이름을 올리면서 친윤으로 분류된 김형동 박정하 장동혁 김예지 의원 등이 한 후보를 돕고 있다. 한동훈캠프에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돕던 정계·언론계 인사도 직간접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정권 출범에 힘을 모았던 범친윤세력이 친윤과 친한으로 사실상 분열됐다는 것이다.

◆“분열은 공멸” “분열은 운명” = 여권에서는 7.23 전당대회에서 한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일각의 우려처럼 보수 분열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윤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남았고 검찰과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한 후보가 윤 대통령에게 맞서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친윤 인사는 30일 “한 후보가 대표가 된다고 해도 사실 마땅히 할 일이 없다. 선거도 없고. 만약 한 후보가 (윤 대통령과) 억지로 차별화를 꾀한다면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다.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한다면 지지층(보수층)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걸 아는 한 후보는 최대한 마지막 순간까지 윤 대통령과 함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보수 분열로 치닫는다면 ‘공멸’이 될 것이기 때문에 분열 전에 서로가 멈출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을 상징하게 되면서 분열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상현 후보는 “현재권력 대 미래권력의 싸움이 친박-비박을 능가하는 파탄의 관계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권력은 민심의 지지를 얻기 위해 현재권력의 잘못을 비판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전망이다.

윤 대통령과 한 후보는 애당초 ‘주종관계’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후보는 검찰 시절부터 ‘윤석열사단’으로 분류됐지만, 한 후보가 역량 면에서는 윤 대통령을 앞섰다는 것. 검찰 출신 인사는 “한 후보는 실력파 검사였다. 윤 대통령과 달랐다”며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 시절 김 여사와 이종섭 전 장관 등을 놓고 소신 행보를 했는데 (윤 대통령이) 받아주지 않으니 한 후보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잘못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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