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유보통합 성공 위한 선결 과제

2024-07-02 13:00:06 게재

유아교육과 보육체계를 일원화하는 유보통합이 정부부처 간 업무통합으로 첫 관문을 통과했다. 교육부는 이르면 2026년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을 목표로 한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각각 관리해왔고, 교사자격이나 돌봄시간 지원금 등도 차이가 났다. 유보통합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구분된 0~5세 영유아 교육·보육체계를 통합해 영유아에게 일정 수준의 교육·보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추진됐다. 유보통합이 완성되려면 정부부처 간 통합, 교사자격 기준 통합, 재정 및 지방관리체계의 통합 등 세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30여년 유보통합 첫 과제 매듭지은 건 성과

첫번째 과제는 유아교육·보육기관을 관리·감독하는 중앙부처를 교육부로 일원화하면서 마무리 됐다. 역대 정부에서도 유보통합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한 배경에는 교육부와 복지부의 주도권 다툼이 있었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 제정으로 교육부가 관리하는 유치원과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어린이집으로 정비됐지만 유아교육·보육체제는 통합되지 못한 채 계속됐다. 윤석열정부 들어 관련 법을 개정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소관 부처를 교육부로 일원화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 정부조직법을 개정했다. 이로써 교육부와 복지부의 유보통합 주도권싸움 문제는 일단락됐다. 30여년 간 시도해 온 유보통합의 첫 과제를 매듭지었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두번째 과제는 교사 양성체계 통일과 처우 개선이다.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자격수준과 양성과정, 운영방식 조정은 난제다. 교육부는 이원화된 교사자격 체계를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유치원 교사는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하면 정교사 자격증을 받고 보육교사는 전문학사 이상 학위를 받는 것 외에 평생학습기관 등에서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이를 하나로 통합해 2026년부터는 학사학위를 바탕으로 ‘영유아 정교사’ 통합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0~5세 영유아에 대한 단일 자격제도를 도입하는 1안과 0~2세 영아 정교사와 3~5세 유아 정교사로 구분하는 2안 등 두개 안을 제시한 뒤 결정을 연말로 미뤘다. 교사자격 통합을 둘러싼 유아 교육계와 보육계의 갈등은 유보통합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왔는데 이번에도 확정안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세번째 과제인 재정문제와 조직이관은 더 큰 난제다. 유보통합 과정에서 매년 수조원 이상의 재원이 추가로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는 국고예산을 추가로 투입하기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도교육청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지자체 조직과 예산의 교육청 이관도 넘어야할 산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관리체계를 일원화하려면 예산·조직·업무의 이관이 중앙정부와 지방 단위에서 모두 이뤄져야 하는데 예산 이관을 둘러싼 교육청과 지자체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또 유보통합이 구체화되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지방교육자치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교육부가 2022년 당시 김진표 국회의장의 도움을 받아 유초중고 예산을 대학에 떼어주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킨 상황과 크게 다르다. 김 전 의장은 노무현정부에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냈고, 그에 앞서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김 의장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면서도 국회 교육위 소관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과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정부・여당 손을 들어줬다. 22대 국회에서는 이런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26년 지방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각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유보통합을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통합 방안과 예산 계획 없이 시점만 선언

첨예하게 부딪히는 관련 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교사자격 통합 문제는 유보통합과 관련된 가장 큰 현안으로 어떤 식으로 통합하든 논란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정면돌파하는 자세로 대안을 제시해야 했다. 국고 지원 없이 교부금만으로 유보통합을 해결하려는 발상으로는 동력을 얻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제대로 된 유보통합 방안과 예산 계획 없이 완료하겠다는 시점만 선언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갈등요소를 그대로 남겨둔 로드맵으로는 30여년간 시도해 온 유보통합을 성공할 수 없다.

김기수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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