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연체율 늘고 실적 악화…영업으로 이자 못갚는 기업 40.1%
산은 미래전략연구소 “신용위험 확대”
자영업자 1분기 연체액 10조8000억원
작년말 가계·기업·정부 부채 6033조원
코로나 발생 이후 급격히 증가한 기업·가계 대출이 ‘고금리·고물가’와 맞물리면서 빠른 속도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 위축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들도 영업실적이 크게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경제 여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경우 대출 부실이 더 커질 전망이다.
1일 KDB미래전략연구소가 발간한 KDB리포트 ‘최근 기업대출 연체율 및 이슈 점검’에 따르면 국내 기업대출 연체율은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정부 정책 등의 영향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말 1.75%로 전년말대비 0.70%p 증가했다.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말 0.78%와 비교하면 약 2배 가량 늘었다.
지난해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마이너스(-) 2.0%로 2022년 16.9%, 2021년 17.7%와 비교하면 성장성이 크게 저하됐다. 영업활동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취약기업(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비중은 지난해말 40.1%로 전년말(34.6%) 대비 5.5%p 증가했다.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지난해말 219.5%로 전년말(443.7%) 대비 224.2%p 하락했다. 2021년(654%)말과 비교하면 434.5%p 하락했다.
이기은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취약기업 비중 증가 등에서 보듯 신용위험이 확대되고 있으며, 매출액 감소, 매출액 영업이익률 하락 등 영업실적이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21년 6.8%에서 지난해말 3.8%로 3.0%p 감소했다.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연구원은 “연체율 증가는 고금리 수준 지속에 따른 채무상환부담 증가,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부동산PF 연체율 급증 등에 기인한다”며 “증권사, 저축은행, 여전사 등 비은행 부동산PF 연체율이 2021년말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부동산PF를 중심으로 대출자산 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 대출도 급격히 부실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분기별 자영업자·가계대출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은 10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 8조4000억원에서 3개월만에 2조4000억원 늘었다. 2021년말 2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자영업자 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1.66%로 2013년 1분기(1.79%)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체 부채 증가 추세는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해 상당히 가파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작년말 가계·기업·정부 부채 규모를 6033조원으로 집계했다. 기업 부채 2734조원, 가계 부채 2246조원, 정부 부채 1053조원이다. 지난해 3분기 5988조에서 3개월 만에 45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에서 3분기까지 29조8000억원 늘었는데 증가폭이 더 커졌다.
지난해말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이 100.5%로 스위스(126.3%), 호주(109.6%), 캐나다(102.3%) 다음으로 높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22.1%p 상승했다. 스위스(11.2%p) 캐나다(6.9%p), 일본(4.4%p)에 비해 상승폭이 컸다. 미국(–8.9%p), 영국(–10.2%p) 등은 오히려 가계부채 비율이 줄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