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깎아주면 낙수효과 있다더니…국세수입만 ‘구멍’
법인세율 인하·감면확대로 작년에만 10대기업에 10.4조 감면
감면액 대부분 삼성·현대·기아차 수혜 … 세금 덜내고 영업익 ↑
정부는 세수펑크 ‘경보’에도 ‘또 감세’ 예고 … “재정파탄 위기”
윤석열정부의 법인세율 인하와 세액공제로 10대 대기업 감면 금액이 3년 만에 3.8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만 상위 10대 기업에 10조4000억원을 깎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감면액 대부분은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에 집중됐다. 세금 감면 덕분에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은 급증했다. 심지어 사상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세금감면 효과로 영업외 손익은 29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최대의 ‘세수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하면서 “대기업 법인세율을 감면하면 경기가 좋아져 중소기업과 자영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편 바 있다. 이른바 ‘낙수효과’다. 하지만 법인세율 인하의 결론은, 경기는 살리지 못하고 대기업 이익만 늘어나게 했다. 나라살림 주머니를 털어 대기업 배를 채운 셈이다.
◆대기업 감면세금 3.8배 급증 = 3일 나라살림연구소 등에 따르면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의 ‘2020년~2023년 상위 10대 기업 세금감면액 및 법인세 비용분석’ 결과 10대 기업의 세액공제 등 각종 감면 금액은 3년 만에 3.8배 증가했다. 10대 기업의 법인세 납부 기준인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지난 2020년 46조9000억원에서 2021년 98조2000억원, 2022년 80조1000억원, 2023년 55조4000억원이다.
그러나 세액공제 등 각종 감면금액은 2020년 2조7000억원에서 2021년 5조9000억원, 2022년 6조6000억원, 2023년 10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최근 3년으로 따질 경우에는 3.8배 증가한 규모다. 특히 지난해 세금감면액 10조4000억원 중 대부분이 삼성전자(6조7000억원, 64.6%)와 기아차(1조5000억원, 14.5%), 현대차(1조4000억원, 13.4%)에 집중됐다. 전체 감면액의 92.5%에 달한다.
이 연구위원은 “결국 2022년·2023년 세수결손·법인세수 감소는 기업실적이 저조한 것 뿐만 아니라 정부의 세법 개정으로 감면액을 크게 증대시킨 결과”라며 “감면액은 상위 3개 기업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이익 늘었는데 법인세는 줄어 = 실제 2020년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 46조9000억원보다 지난해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55조4000억원으로 기업의 이익은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세금감면액이 2조7000억원에서 10조4000억원으로 늘면서 법인세 비용은 11조9000억원에서 오히려 8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11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외 손익이 29조원 흑자로 집계됐다. 법인세 납부기준이 되는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17조5000억원이다. 해외자회사에서 큰 폭으로 배당하는 등 비영업이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 위원의 분석이다.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은 국내 자본 리쇼어링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로 해외에 자회사를 둔 법인들의 배당이익에 과세하지 않는 제도다. 하지만 주요 재벌기업들이 이를 이용해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해외자회사 익금불산입 등 정부의 세법 개정으로 지난해 법인세 비용 7조9000억원을 감면받으면서 오히려 법인세 수익이 발생한 셈이다.
이 위원은 “결국 삼성전자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이 25조원이나 발생했던 22년과 같은 수준인 25조4000원이 됐다”며 “삼성전자에 법인세 수익을 안겨준 결과, 2023년에도 22년과 동일한 당기순이익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수결손 경고등 켜졌는데 = 법인세수 감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펑크’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세 수입은 151조원으로 최악의 세수결손이 발생한 전년 동기보다도 9조1000억원(5.7%) 줄었다. 목표세수 대비 징수실적 비율인 세수진도율은 지난해(46.6%)보다 5.5%p 낮은 41.1%였다. 최근 5년 평균(47%)보다 5.9%p 낮아 세수결손 조기경보가 울린 셈이다. 기획재정부 지침에도 ‘세수진도율이 최근 5년 평균보다 5%p 낮아질 경우’ 조기경보를 울려 세수 추계를 다시 하도록 하고 있다.
셀제 세수진도율 부진은 법인세 영향이 컸다. 1~5월 법인세 세수는 28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조3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전체 세수 결손분(-9조1000억원)보다도 6조2000억원 많은 수준이다. 법인세 납부월(3~5월)이 지났지만 5월까지 법인세 세수진도율은 36.5%에 그쳤다.
◆세수비상에도 감세정책 홍보 = 더 큰 문제는 정부나 대통령실이 이런 상황에서도 ‘거꾸로 가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3일 하반기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말쯤에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법인세와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에 대한 감세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은 현행 50%인 상속세율을 30% 수준으로 낮추고 종합부동산세는 초고가 1주택과 집값 총합이 매우 높은 다주택자에만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놔 논란이 됐다.
다만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운영하는 재정당국은 대통령실에 비해 감세에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통령실에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필요성이 나온 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상속세와 종부세 개편 방향엔 공감한다면서도 세부 내용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재정당국이 세수 상황을 고려해 조세정책을 마련해야 하다보니 감세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