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만 보면…한은, 기준금리 인하 사정권
지난달 2.4% 상승으로 예상경로 이어가
환율·가계대출 등 안팎 변수 결단 고심
8월 금통위서 정책전환 놓고 격론 가능성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싼 기대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환율 등 대외변수와 가계대출 팽창에 따른 금융안정 문제는 통화정책 기조의 조기 전환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2.4% 상승했다는 통계청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2일 오전 열린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대 중반수준으로 낮아진 점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4분기(3.4%)이후 올 1분기(3.0%)와 2분기(2.7%)까지 분기별 물가오름세가 둔화하고 있다. 월별 추이는 4월(2.9%)과 5월(2.7%)에 이어 6월(2.4%)까지 비교적 빠르게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2분기 이후 2.2%로 안정적 추세다. 한은은 하반기 이후도 둔화 추이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오름세 둔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한은이 언제 통화정책을 전환할지 주목된다. 이미 대통령실과 정치권, KDI, 중소기업계 등으로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마냥 물가안정 목표(2.0%) 도달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여러차례 물가가 2.3~2.4% 수준까지 떨어지면 금리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7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2.4%를 밑돌면 한은 내부에서 본격적인 정책전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5월 금통위에서 1명의 위원이 소수의견으로 사실상 조기 인하론을 제기한 터여서 이런 목소리는 7월과 8월 금통위에서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여전히 대외변수가 남았다. 환율이 달러당 1390원을 넘나들며 변동성을 키우는 상황에서 덜컥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외환시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따라서 금융시장 기대처럼 미국 연준(Fed)이 9월 정책금리를 인하할지 여부가 한은 정책결정의 마지막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일(현지시간)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포럼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을 우리의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한 대목은 일단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여전히 안팎의 변수가 너무 많다”면서도 “연준이 9월에 정책을 전환한다는 확신만 있으면 금통위원들도 8월 회의에서 뭔가 깜짝 결정하고 싶은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외환시장 불안정성이 크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해 조기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최근 수년간 정책결정 과정을 보면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때 한은이 연준보다 한발 앞섰던 적이 많다”고 했다.
한편 박정우 노무라 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가상승률 둔화로 8월 금리인하 확률을 15%에서 30%로 높인다”면서도 “우리는 한은이 10월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