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지방의회 원구성 요지경
자리싸움에 탈당·입당
지역위원장과 갈등속
소수당에서 의장 차지
경기도내 기초지방의회가 후반기 의사일정을 시작했지만 원구성을 놓고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자리다툼에 소속 정당을 옮기는가 하면 지역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며 의석점유 다수당이 소수당에 의장직을 내준 곳도 있다.
오산시의회는 2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후반기 의장에 이상복 국민의힘 시의원을, 부의장에 성길용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오산시의회는 전체 6명 의원 가운데 민주당이 4명, 국민의힘이 2명이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내분으로 소수당 국민의힘 시의원에게 의장직을 내주는 이변이 발생했다.
이변의 원인은 민주당 시의원들과 지역위원장인 차지호 국회의원의 갈등 때문이란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지역위원회에서 ‘의장 전예슬, 부의장 성길용’으로 당론을 정했는데 일부 시의원이 이에 반발하면서 국민의힘에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 민주당 성길용·송진영·전예슬 시의원은 이날 오후 성명서를 내고 “해당 행위를 자행한 민주당 시의원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수원시의회는 3명의 의원이 당적을 바꾸는 혼란 속에 무소속 이재식 시의원이 후반기 의장자리를 차지했다. 수원시의회는 전반기에 국민의힘이 다수당이었는데 2명이 탈당, 민주당에 입당하며 다수당이 바뀌었다. 그런데 민주당 소속인 이재식 시의원이 의장 선출 전날 탈당해 국민의힘이 다시 다수당이 됐으나 민주당이 무소속이 된 이 시의원을 지지해 의장에 선출됐다.
광명시의회에선 민주당 소속이던 이지석 시의원이 탈당, 무소속으로 국민의힘과 연합해 의장에 당선됐다. 부의장과 3개 상임위원장 자리도 모두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투표 전날까지 민주당은 국민의힘(5석)보다 1석 많았다. 이지석 의원은 민주당 지역위원장인 김남희 국회의원과 갈등을 빚어 탈당계를 제출했다. 지역위원장과 시의원 간 갈등 탓에 원구성 싸움에 참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평택시의회에서도 다수당인 민주당(10명)이 아닌 소수당인 국민의힘(8명) 소속 강정구 시의원이 후반기 의장에 선출됐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김승겸 시의원을 의장후보로 내정했으나 내분으로 4명이 이탈했다. 의회 안팎에선 당내 평택갑·을 지역 계파간 갈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포천시의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다수당인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포천시 당원협의회(위원장 김용태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후반기 의장후보로 전반기 의장을 지낸 서과석 시의원을 내정했는데 내분이 일면서 임종훈 국민의힘 시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에 국민의힘 포천시 당원협의회는 지난 1일 “정치 신의와 당규를 위반한 임종훈 시의원을 중앙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도내 지자체 관계자들은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의원들이 자리 욕심에 쉽게 탈당하는 것도, 새로 당선된 국회의원이 지방의회 원구성에 개입하는 것도 문제”라며 “후진적인 지방의회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입을 모았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