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 일상화…최근 4년간 18건 제출
1988년 후 36년간 36건 발의 … “팬덤정치 때문”
정치권에서도 역풍을 우려해 공식적으로 내놓기 부담스러워 하던 ‘탄핵’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들의 입에서는 ‘탄핵’이 공공연하게 회자됐다. 탄핵은 입법부의 강력한 행정부 견제장치로 ‘칼집에 든 칼’로 여기며 사용을 자제해 왔지만 민주당이 150석 이상의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난 이후엔 4년여 동안 18건을 제출하는 등 ‘일상화’돼 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대화와 타협, 관례 등을 무시한 ‘법대로’ 정치가 만든 단면으로 보고 있다. 일부 강성 지지층에 기댄 ‘팬덤정치’가 상대에 대한 적대와 반목으로 이어진 결과라는 진단이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13대 국회부터 22대까지 탄핵 발의 건수는 36건이다. 21대 국회에서 13건의 탄핵안이 발의됐다. 철회된 6건을 빼더라도 7건으로 역대 최고치다. 검사 3명(안동완, 손준성, 이정섭), 장관 1명(이상민), 판사 1명(임성근) 등 모두 5건의 탄핵안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22대 국회는 임기가 한 달 정도 지난 상태지만 벌써 5건의 탄핵안이 발의됐고 전날 오후 3시34분에 본회의에 보고됐다. 검사 탄핵안 4건은 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170석 이상의 절대 과반의석을 확보했던 21대와 22대 국회에서 무려 18개의 탄핵안이 제출됐다. 이중에서 절반인 9개가 원안대로 본회의를 넘어서 곧바로 ‘직무정지’가 이뤄졌다. 21대엔 이동관 방통위원장, 22대엔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탄핵안 처리 이전에 사퇴하고 대통령이 재가하는 방식으로 입법부의 탄핵 시도를 무력화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했다. 16대에 노무현 대통령, 20대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본회의에서 가결된 것을 빼놓고는 사실상 ‘경고성 탄핵’에 그쳤던 과거와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진영간 ‘대통령 탄핵 경쟁’은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속도를 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대진영의 탄핵요구가 거셌다.
최근 윤 대통령 탄핵을 담은 국민동의청원이 이날 오전 10시 30분 현재 100만명을 넘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남북관계 위기 조장, 거부권 남용, 저출산 정책의 실패 등 모든 분야의 정책 실패로 대한민국이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있으므로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