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남해화학 김창수 대표

수요감소·원자재공급 불안 등 어려움 처한 비료산업

2024-07-03 13:00:16 게재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지속가능 토대 마련”

공급선 다변화·고기능 비료 개발·수출 확대로 대응

반도체용 황산 등 신사업으로 미래 수익기반 마련

“미래 먹거리 사업을 적극 추진해 지속가능기업의 토대를 마련하겠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남해화학 김창수 대표는 내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대외 불안과 국내 수요 감소 등 갈수록 어려워지는 환경에서 안정적인 비료 공급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매출과 수익 확보 등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미래 신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김 대표는 농협중앙회 경제구조개편부장, 원예사업부장, 전북지역본부장, 농협경제지주 유통담당 상무 등을 지냈고, 지난 3월 남해화학 대표로 취임했다. 4월부터 한국비료협회장도 맡고 있다.

지난달 24일 남해화학 여수공장에서 김 대표를 만나 남해화학의 새로운 도전과 비료 업계 현황 및 대응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창수 남해화학 대표. 사진 남해화학 제공

●비료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은 어떤가.

우선 국내적으로 보면 농가인구와 농지면적 감소, 쌀 소비 감소, 정부의 탄소저감정책 등으로 비료 수요는 지속적으로 정체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간 전쟁 등 시장 불안요인이 상존하면서 비료 생산에 필요한 주요 원재료 수급불안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제적인 물량 확보와 공급선 다변화 등을 통해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등 어려움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원거리 산지 대체 도입과 수에즈 운하 인근 중동지역 긴장상태로 인한 우회 운송 등으로 운송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어려운 국내외 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남해화학은 1974년 정부 투자로 설립돼 국내 농업인에게 내수비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하지만 비료사업은 농지면적 감소와 경쟁심화 등으로 매출액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위기 극복을 위해 노동력과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는 고기능성 비료와 친환경 비료를 지속적으로 개발, 공급하고 있다.

또 미래 먹거리 사업을 적극 추진해 비료사업의 매출 감소분을 대체하고 회사 전체 사업규모를 확장해 비료가격 안정화와 함께 지속가능한 기업의 토대를 마련해나가려 한다.

●오는 2028년부터 외국산 복합비료가 무관세로 수입될 예정인데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무엇보다 값싼 중국산 복합비료가 국내 수입될 경우 비료시장에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비료협회 연구사업으로 ‘중국산 복합비료 무관세 수입시 대응방안 연구’ 용역을 준비하고 있다. 연구용역 수행 절차 등을 마련하고 정부에 대응방안 협조도 요청할 예정이다.

●국내 비료수요 감소에 따라 해외 수출에 공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출 현황은 어떤가.

남해화학은 연간 60만톤의 복합비료를 동남아를 비롯한 20여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 중 약 75%인 45만톤을 동남아에 수출하는데 이중 30만톤을 태국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가장 큰 고객인 태국 CHIATAI사와는 40년이 넘는 기간 신뢰와 우호협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해왔다.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호주, 미국 등 원거리 국가로의 수출도 추진 중이다. 기존 동남아 시장에서는 주력 시장인 태국 외에도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등 잠재력이 높고 지리적 이점이 있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비료 외에도 일본 닛폰소다, 미쓰비시와 합작한 닛소남해아그로에서 농약 원제를 생산해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다. 연간 4000톤 가량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미 초기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고도 매년 40억~5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미래 먹거리사업으로 어떤 것을 추진하고 있나.

지난 2021년 10월 반도체용 황산 전문 자회사인 NES머티리얼즈를 설립해 반도체 소재 시장 진입을 추진 중에 있다. NES머티리얼즈에서 생산하는 반도체용 황산은 비료생산을 위해 만든 황산을 반도체용으로 전환한 것으로 순도가 매우 높다. 일반 황산의 불순물 비중은 10의 마이너스 6승 수준인데 반도체용 황산은 10의 마이너스 12승 수준으로 강화한 규격에 맞춰 생산한다.

최근 반도체 회사들의 대규모 증설 계획과 정부의 지원 계획 발표 등을 고려하면 국내 반도체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반도체용 황산사업은 향후 가장 확실한 수익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밖에 반도체용 화학제품, 타이어용실리카, 암모니아·청정스팀을 활용한 청정에너지사업 등 공장 인프라를 활용한 미래 먹거리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남해화학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는데 새로운 50년의 비전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

남해화학은 농업인의 기업이다. 정관을 보면 설립목적으로 ‘비료 및 영농자재를 적기에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풍요로운 농촌건설에 기여토록 노력한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 다른 비료회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비료공장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때도 남해화학은 꾸준히 비료사업을 해왔다.

어려운 경영여건일수록 국가 기반산업인 농업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과 정체성을 잃지 않고 농업인과 함께 미래를 열어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중장기발전계획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해 향후 50년을 위한 중장기 계획과 비전을 수립하고 있다. 올해 10월쯤이면 남해화학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비료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는데 어떻게 운영해 나갈 계획인가.

우리나라 농업은 시장 개방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 기후변화로 인한 계절적 수급 불균형 반복, 커지는 식량안보 등 위기에 처해 있다. 또 국가간 전쟁과 분쟁으로 국제 원자재 공급이 불안한 가운데 환경규제 강화로 인해 비료생산 기반 역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식량생산 필수자재의 자급자족을 위해선 우리나라 무기질 비료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회원사 협력을 통한 상생발전을 견인해 우리나라 비료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안정적인 비료공급으로 식량공급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또 협회 대표로 정책당국, 공급자, 소비자와 소통하고 조정하는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자 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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