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 역대 최다 431석 예측

2024-07-04 13:00:01 게재

오늘 보수·노동당 총선 승부 … 어제 여론조사 “보수당 365→102석 최악 참패”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가 2일(현지시간) 더비셔주 클레이 크로스에서 총선 유세를 하고 있다. 노동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집권 보수당에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스타머 대표는 차기 총리가 유력시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의 차기 총리와 정부 구성을 결정할 하원 총선이 4일(현지시간) 잉글랜드와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650개 지역구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전국 각 투표소는 오전 7시 문을 열고 오후 10시에 마감된다.

영국은 유권자들이 각 선거구에서 5년 임기의 하원의원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한 후보가 당선되는 단판 승부제이며 비례대표제는 없다.

영국 언론들은 중도좌파 노동당이 14년간 집권해온 중도우파 보수당을 누르고 정권을 교체할 가능성을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선거 전날인 3일 “그간의 여론조사 추세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1997년 토니 블레어의 179석을 넘는 과반 의석을 확보해 노동당에 2005년 이후 첫 승리를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특히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일까지 4만2758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저녁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당은 하원 의석 650석 가운데 431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예측이 맞아떨어지면 노동당은 1832년 영국 총선이 처음 치러진 이래로 단일 정당으로서 최다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집권 보수당은 102석에 그쳐 큰 격차로 정권을 내줄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2019년 총선(365석)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 그랜트 섑스 국방장관 등 내각 주요 장관도 대거 낙선할 것으로 예상됐다.

자유민주당은 72석으로 2005년 세운 최다 기록 62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됐고, 극우 영국개혁당은 3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날 일간 가디언이 영국 주요 여론조사들의 평균치를 추적해 예측한 의석 분포도 유고브의 전망과 비슷하다. 가디언은 노동당 428석, 보수당 127석, 자유민주당 50석, 스코틀랜드국민당(SNP) 19석, 영국개혁당 3석 등으로 전망했다. 2일 서베이션 조사에서는 노동당이 484석이 되고 보수당은 창당 이후 가장 적은 64석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영국 언론들의 이같은 예측은 보수당이 365석, 노동당이 203석을 얻은 직전 2019년 총선 이후 5년 만에 판세가 완전히 뒤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추세가 현실로 나타나면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가 물러나고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새 총리가 된다.

수낵 총리는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오고 급등했던 물가가 다소 안정되자 지난 5월 22일 조기 총선을 깜짝 발표하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이후 6주간 지지율 격차는 요지부동이었다.

그간 수차례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은 보수당을 20%포인트 앞선 40% 수준 지지율을 유지했다.

3일 보수당의 멜 스트라이드 노동연금부 장관은 BBC에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노동당이 역대 최대 수준의 압도적 다수당이 될 것 같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리시 수낵 총리는 ITV에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나는 무엇도 당연시하지 않는다. 내일 밤 10시 투표가 끝날 때까지 모든 표를 얻어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그동안 노동당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대중지 더선은 이날 오후 “이제 바뀌어야 할 때”라며 노동당 지지를 전격 선언했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이 신문은 사설에서 “수낵 총리는 우리가 지지하는 정책이 많지만, 보수당은 기진맥진 상태”라며 “스타머 대표는 노동당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 노력해 왔다”고 썼다.

스타머 대표는 선거 기간 동안 지지층 확장을 위해 안정적인 경제 성장과 부의 창출, 흔들림 없는 국가 안보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중도화 전략을 써 왔다.

그러나 르완다 난민 이송 정책 폐기, 유럽연합(EU)과 관계 강화 등 보수당과 노선이 다른 부분이 여전히 많아 정권 교체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경제와 세금, 물가, 이민, 공공서비스 등 쌓인 각종 현안으로 민심의 불만이 커진 터라 누가 되든 차기 총리와 정부는 출범부터 고비를 맞을 수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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