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추심 피해 ‘무료 법률서비스’…가족·지인으로 확대
5일부터 채무자대리인 서비스 개편해 시행
A씨는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불법사금융을 이용하게 됐다. 정해진 상환 일자에 돈을 갚지 못하면서 밤낮으로 불법사금융업자의 독촉 전화와 상환 협박에 시달렸다. A씨는 어렵게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았지만 불법사금융업자는 계속해서 과도한 이자를 요구하면서 협박을 했다. 급기야 채무사실이 A씨 남편과 친정어머니에게 알려졌고, 불법사금융업자는 A씨의 미성년 자녀 2명에게도 채무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계속되는 협박과 욕설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자 금융감독원 문을 두드렸다. 채무자대리인 무료 법률서비스를 통해 변호사가 선임되면서 불법사금융업자는 더 이상 A씨에게 직접 채무 변제를 독촉하지 못했고 변호사와 협의를 진행했다.
앞으로는 불법추심 피해를 당한 채무당사자를 위한 정부의 ‘무료 법률서비스’가 채무자의 가족과 지인으로 확대 적용된다. A씨뿐만 아니라 A씨 남편과 친정어머니도 채무자대리인 무료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4일 “현재 무료 법률서비스 지원 대상을 채무당사자로 한정하고 있는 채무자대리인 무료지원 사업을 불법 추심 피해를 입은 가족과 지인 등 관계인으로 확대해 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채무자대리인 무료 법률서비스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 고금리·불법추심 피해를 입은 채무자를 대리해 채권추심 및 소송을 진행하는 제도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채무당사자뿐만 아니라 채무자 1명 기준으로 최대 5명까지 가족과 지인 등 관계인에 대한 무료 법률서비스 지원 대상이 확대된다. 관계인은 채무자와 동거하거나 생계를 같이 하는 자, 채무자의 친족, 채무자가 근무하는 장소에 함께 근무하는 자(직장동료 등)로 규정된다.
채무자대리인 제도의 확대 적용은 채무자의 소재 파악이 되고 연락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채권추심자가 관계인에게 연락하는 등 관계인이 불법 추심 피해를 입은 경우 지원이 가능하다. 다만 금융감독원의 불법사금융피해상담을 통해 채무당사자의 피해(우려)가 확인되고 ‘채무당사자의 관계인’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입증자료가 없더라도 피해 우려만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경우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채무자의 채무 사실을 제3자에게 고지하거나 채무변제를 요구하는 등의 채권자 불법추심 행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계인에게 법률상담 등을 실시하고, 소송 등이 필요한 경우 법률구조 신청 절차를 안내한다.
또 채권자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해 대리인 선임 사실을 채권추심자에게 알리는 서면 통지서에 ‘관계인에 대한 연락금지’ 문구를 추가 기재할 예정이다
불법추심 피해(우려)를 입은 관계인은 금감원 홈페이지 불법금융 신고센터 내 ‘채무자대리인 및 소송변호사 무료 지원 신청’에서 온라인으로 신청을 할 수 있다. 다만 채무당사자의 채무자대리인 신청 후 관계인 신청이 가능하다. 온라인 신청이 어려운 경우 금감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국번없이 1332) 전화상담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김진홍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채무자의 채무 사실을 제3자에게 고지하거나, 변제 요구하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지만 그간 제3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추심이 광범위하게 이뤄져 왔다”며 “불법추심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분들은 더 이상 주저하지 마시고 채무자대리인 무료 법률서비스를 이용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