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영업비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는 전 직원을 압수수색하자 쿠팡노동자의 건강한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 대책위)가 반발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지난달 12일 CFS가 영업비밀 누설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소한 전 직원 A씨 자택과 휴대폰을 3일 압수수색했다.

쿠팡대책위는 지난 2월 CFS가 자사 물류센터 노동자 1만6400여명의 개인정보를 당사자 동의없이 수집하고 관리했다며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폭로했다. A씨는 이 의혹을 제기한 최초 제보자 중 한 명이다. 당시 대책위는 이 리스트가 일부 노동자의 재취업을 막기 위해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이 있자 CFS는 회사에 손해를 입히기 위해 물류센터 설비 배치 도면, 인적자원 등을 무단유출했다며 제보자 등을 2월 중순 관할인 경기남부청에 고소했다.

압수수색 후 쿠팡대책위는 반발했다. 김병욱 쿠팡 블랙리스트 대응팀 변호사는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쿠팡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공익제보자에 대해 개인 압수수색을 들어갈 정도로 적극적인 수사기관이 반대로 기업의 혐의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라며 “경찰 수사가 공익제보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주 경기남부청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

한편 쿠팡대책위는 블랙리스트 의혹 제기 이후 지난 2월 쿠팡 계열사와 대표이사 등 8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발한 바 있다. 이후 지난달 11일에는 블랙리스트 당사자 9명이 추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수사를 소극적으로 한다”며 담당 수사관 기피 신청서도 냈다.

CFS측은 “인사평가 자료는 타 계열사에 공유하지 않고 당사 채용 관리 목적으로만 활용한다”면서 “운영설비와 영업비밀 자료를 탈취한 것은 공익제보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압수수색 관련해서는 “경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