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항명 수사, 윤 대통령이 지시”

2024-07-04 13:00:29 게재

박 전 단장측, 군사법원에 의견서 제출

채상병 이첩·회수 당시 47차례 통화·문자

항명죄 등으로 재판을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측이 지난해 채상병 사건 수사기록 이첩 및 회수 당시 통신기록을 근거로 대통령실이 채상병 사건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담은 의견서를 군사법원에 제출했다.

4일 박 전 단장측 변호인인 김정민 변호사가 군사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해병대 수사단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채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하고 사건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가 국방부 검찰단이 다시 이를 회수한 지난해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대통령실과 국방부, 해병대, 경북청 등 사이에 총 47건의 통화와 문자 등이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전 장관과 3차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도 3차례 통화했고,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도 통화했다. 임 전 비서관은 강의구 대통령실 부속실장과도 6차례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변호사는 의견서에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지난해 8월 2일 11시 13분경 박진희 군사보좌관 핸드폰으로 전화해 이첩 사실을 보고했는데 불과 10분 후 임 전 비서관이 조태용 당시 대통령실 안보실장에게 전화했고, 조 전 실장은 곧바로 이 전 장관에게 문자를 보내고 통화했다”며 “박 보좌관이 이첩 사실을 알자마자 대통령실에 보고 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첩 보류가 윤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기 때문에 이첩된 사실이 곧바로 대통령실에 보고됐을 것이라는 게 박 전 단장측의 추정이다.

김 변호사는 또 같은 날 12시 7분경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과 통화한 후 임 전 비서관, 이시원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에게도 전화했고, 이후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국가수사본부로 전화한 점 등을 들어 윤 대통령이 공직기강비서관을 통해 이첩기록을 회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아울러 지난해 8월 2일 오후 1시 30분경 신 전 차관 주관으로 국방부 유재은 법무관리관, 김동혁 검찰단장이 참석한 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윤 대통령이 임 전 비서관과 통화한 점, 회의 중 신 전 차관이 윤 대통령과 통화한 점, 회의 후 김 단장이 해병대 사령부로 이동해 김 사령관에 대한 참고인진술조서를 작성한 점 등을 근거로 박 전 단장 항명 수사와 관련 “윤 대통령이 해병대 사령관 등을 포함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특히 윤 대통령 최측근인 강 부속실장이 임 전 비서관과 긴밀히 소통한 것은 이른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로비설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증거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7월 30일부터 8월 2일 사이 대통령과 참모들이 국방부 장관 등과 주고받은 전화, 문자 내역만 보더라도 윤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고 임 전 비서관이 이를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했으며, 이첩 직후 이런 사실이 대통령에게 보고돼 윤 대통령이 이첩기록 회수와 수사개시를 지시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와 관련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실과 국방당국의 통신 통화 소통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매우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