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감세 63조원…세수부족 20조원 육박
예산안 심사 쟁점, 야 “부자감세 차단”
법정한도 초과 … 낙수효과도 의문
22대 국회 첫 예산안 심사의 주요 쟁점은 부자감세에 따른 세수부족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과도한 재정건전화 정책과 대규모 부자감세로 세수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악순환’ 속에 빠져 들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추가적인 부자감세를 차단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정부와 여당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투자세액 공제, 상속·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고소득층과 대기업 감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4일 조국혁신당 정책위 조세개혁TF와 포용재정포럼, 참여연대, 차규근 의원이 공동주최한 ‘반복되는 세수부족과 감세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반복되는 세수 부족은 감세정책과 경제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경기적 요인보다는 감세정책이 세수감소의 주된 원인”이라며 “2022년과 2023년 윤석열정부의 세제개편에 따른 감세규모를 누적법으로 계산하면 63조2000억원 이상에 달한다”고 했다. 특히 강 교수는 윤석열정부의 감세를 세목별로 나눠 법인세가 27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소득세가 19조3000억원, 종합부동산세와 증권거래세는 각각 7조9000억원, 7조2000억원이라고 제시했다. 대규모 감세는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세수 결손에 이어 올해도 수십조원의 세수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지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5월 국세수입 진도율 41.1%는 월별 세수진도율을 발표한 2014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라며 “올해 정부 세부목표치 대비 18조8000억원의 세수결손이 예상된다. 세수 조기경보 단계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감면액 역시 지난해와 올해 각각 69조500억원, 77조1000억원에 달해 국세감면 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윤석열정부 감세정책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했다. 강 교수는 “법인세 인하에 따른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아 오히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악화시켰다”고 했다. 법인세 인하가 투자와 고용을 늘려 분배구조를 개선한다는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으므로 서민과 자영업자들을 지원해 개인의 소득과 기업이익을 확대하는 ‘분수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낙수효과에 기댄 고소득자, 고액자산가, 대기업에 대한 감세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며 “지난해 4분기엔 재산소득의 5분위배율이 6.65배로 뛰었다”고 했다. 국민들의 여론도 현 정부의 감세에 부정적이었다.
지난달 28일부터 3일간 참여연대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자동응답방식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 정부의 감세정책이 부자감세라는 지적에 52%가 동의했다.(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 60%는 ‘현 정부의 조세정책이 경제적 능력이 큰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하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상속세율 인하에 대해서는 48%가 부정적인 입장을 제시했고 50%는 ‘상속세 인하가 부의 대물림과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세수부족과 복지예산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대통령실과 정부에서 내놓은 상속세, 종합부동산세, 금융투자소득세 등 3대 감세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이 제시됐다. 종합부동산세 강화가 주택가격 안정화에 기여했다며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방식을 세액감면이나 소득공제 방식으로 전환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해 투기 수요를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