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의 힘? 일본 법인세 역대 최대…한국은 급감
수출기업 등 실적 호조로 전년보다 8조원 증가
전체 세수규모 역대 최대 … 소득세 수입은 감소
한국은 삼성전자 등 실적따라 법인세 수입 요동
지난해 일본 국세수입에서 법인세 규모가 역대 최대로 집계됐다. 엔저가 장기화되면서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실적이 호전돼 법인세 납부도 급증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올해 5월까지 법인세 수입이 급감했다.
일본 재무성이 3일 발표한 2023회계연도(2023년4월~2024년3월) 일반회계 세수는 전년도 대비 약 9000억엔(약 7조7500억원) 증가한 총 72조761억엔(약 620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세수 규모는 4년 연속 역대 최대규모이다. 특히 법인세는 전년도 대비 약 9000억엔 증가한 15조8606억엔(약 136조4000억원)으로 과거 최대치를 보였다. 아사히신문은 “당초 기업들의 납세 방법이 바뀌면서 전년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엔저 등으로 기업 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세수입 현황을 살펴보면 현재 일본 경제를 일부 엿볼 수 있다. 엔저로 인해 법인세가 크게 늘었지만 거꾸로 소비세와 소득세는 예년 수준이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소비세 수입(23조923억엔)은 전년대비 130억엔 증가에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상품거래 단위당 세수는 늘었지만, 민간소비 전체가 침체해 소비세 세수는 전년도 수준에서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실제로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5% 후퇴한 가운데 개인소비는 같은 기간 마이너스 0.7%로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후퇴했다. 엔저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물가가 높은 수준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득세(22조530억엔)는 전년보다 5000억엔(약 4조3000억원) 감소했다. 아사히신문은 “임금상승과 배당수입 등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세부 과세방법이 바뀌면서 소득세 수입을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일본 국세수입은 역대 최고치에도 불구하고, 추경예산을 포함해 지난해 127조5804억엔(약 110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세출 규모에 비해서는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편 한국의 최근 국세 수입은 법인세를 비롯해 전체 세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국세 수입은 15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1000억원(5.7%) 줄었다. 올해 정부가 예상하는 연간 국세수입(367조3000억원) 대비 5월까지 진도율도 41.1%로 지난해 5월(46.6%)보다 낮다. 특히 법인세 수입은 5월까지 28조3000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조3000억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 수입이 저조한 데는 지난해 악화된 기업실적이 올해 납세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기업실적 악화로 12월 결산법인이 법인세를 내는 3월부터 법인세는 급감했다. 올해 3월부터 법인세 수입은 5조원대 줄기 시작해 4월(-12조8000억원) 감소폭은 두배 이상 확대됐다. 특히 법인세 세수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던 점도 세수감소에 직접 타격을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